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7일(오늘) 오후 5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두고 회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1안 용산 국방부 청사, 2안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를 두고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이 비용, 경호 측면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선 대통령 집무 공간을 군사시설이 밀집한 용산으로 옮기면 도심과 단절된 청와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용산이 대통령 집무실로 확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너무 앞서간 것”이라며 “오늘 오후 5시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등이 모두 모여 두 안을 놓고 토론을 벌여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용산이 유력한 대안으로 뜬 것은 맞지만, 윤 당선인의 최종 결심이 남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일단 용산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판단한 상태다. 용산 국방부 청사는 광화문 청사와 달리 경호·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국방부 부지 내엔 헬기 두 대가 이착륙 가능한 공간이 있는 데다 청사 가까운 곳에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수 있는 국방컨벤션센터도 있다. 국방부 청사 지하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유사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용산으로 이전하는 비용이 외교부 청사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며 “아직 비용 산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백억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교부 청사 전체를 쓰게 될 경우 외교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인근 민간 건물을 임대해야 하는데, 이 비용 역시 산정한 상태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인수위 내 ‘청와대 이전 TF’가 각각 산정한 이전 비용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윤 당선인에게 보여줄 보고서에 두 가지 안의 장단점과 비용 등을 최종 점검해 작성 중에 있다”고 했다.
특히 용산 국방부 부지 인근의 용산공원은 이르면 상반기에 용산가족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한다. 전체 용산 공원 부지의 4분의1 정도 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용산가족공원 조성이 완료되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공원 내에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수위 내에서도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인사는 “결국 윤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광화문 시대’가 퇴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여론상으로도 용산 이전이 청와대와 큰 차이가 없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경호 문제도 숙제로 남는다. 대통령이 용산 국방부를 대통령 집무실로 쓰고 한남동에 관저를 둘 경우,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 매일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마다 주변 교통이 통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용산이 유동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시민 불편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 이동 시에는 폭발물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방해 전파를 발신하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으면 휴대폰 불통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결국 윤 당선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오늘 오후 5시 회의에서 모든 참모들의 의견을 다 들어본 후 윤 당선인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용산, 광화문 이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