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저녁 만난다. 대선 이후 19일 만에 회동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나 만찬을 하기로 했다. 대선 이후 19일 만에 회동하는 것이다.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대부분 열흘 안에 이뤄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싼 신구(新舊) 권력 갈등이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이 대립보단 협치의 자세로 일단 만나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이 임기말 감사위원 제청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양측 갈등 소지가 해소된 것이 회동 성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오는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겸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 회동은 대선 후 19일만에 성사된 셈이다. 이제까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때는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 당선인 회동이었다. 당시 대선 후 18일 만에 회동이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윤석열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다시 전했다”며 “당선인 측으로부터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윤 당선인의 응답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먼저 회동 제안을 했고, 이에 윤 당선인이 응하면서 성사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조율해왔다. 두 사람은 회동 의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알박기 인사,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감사원 감사위원 지명 문제 등을 두고 대립했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하는 데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면서 의제 없이 일단 만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5일 오후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고, 이후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하면서 장소와 일정을 조율해 어제 저녁 최종적으로 월요일 오후 6시에 만찬을 겸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동석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으나 무산됐었다. 당시 양측은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했지만, 임기 말 인사를 두고 신구 권력이 충돌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직 인선과 관련해 양측이 ‘양보할 수 없다’며 충돌해 상황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정권 이양기 감사위원 임명 제청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위원 인선은 새 정부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당선인이 감사위원 인선 등 현안을 두고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조언을 주변 원로들에게 많이 들었다”며 “일단 만나서 대화를 이어가면 협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