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기존의 여가부 장관 우선 고려 사항인 성평등 분야가 아닌 ‘인구·가족정책 전문가’를 발탁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저출산 문제나 한부모 지원사업 등에 특화된 인사를 첫 여가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선(先) 장관 임명, 후(後) 여가부 개편’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여가부 장관은 임명하지만 개편 이후의 역할까지 고려한 인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인구·가족정책 전문가가 여가부 장관이 되면 조직 성격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여가부 폐지는 추후 공청회도 열고, 더불어민주당 측과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은 지키되 우선은 ‘여성’보다는 ‘인구·가족’ 부문에 집중하는 부서가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방문한 안철수 위원장 -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사직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코로나 상황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못 배워‘잃어버린 세대’가 되면 큰 문제”라고 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 같은 방침에 발맞춰 인수위 내에서도 현재 성평등 정책 기능은 관련된 여러 부처로 나누고, 저출산 대책이나 한부모 지원 사업 같은 가족정책 분야를 총괄하는 방향으로 여가부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부처 명칭 또한 여성이라는 낱말을 빼는 대신 ‘미래’ ‘인구’ ‘가족’이 강조될 전망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임명될 여가부 장관은 조직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좀 더 나은 개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임무가 있다”며 “(첫) 여가부 장관이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이날 여가부뿐만 아니라 해체설이 돌았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또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정부조직대로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당과의 갈등국면이 시작되면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또한 떨어진다는 인수위 내부의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여가부 존속을 주장하면서 ‘새 정부 정부조직개편 대응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한 상태다.

이와 관련,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최근 국내외 경제 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사안을 고려해서 민생 안정 등 당면한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조각(組閣)도 현행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새 정부 출범부터 올 연말까지 공청회 여론 수렴→야당(민주당) 협의→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통과→인선 조정 등의 절차를 차례로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당초 인수위 내부에선 조직 개편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6·1 지방선거부터 치른 뒤 그 동력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30년 내다보고 여야 합의로 정부조직법 만드는 게 낫다’고 지적했었다”며 “다른 정당, 각계 의견 들어가면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할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 시점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전후가 될 공산이 높다. 다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정부 조직개편 시점과 관련해 “(민주당이) 빨리 해주시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될 수도 있다”며 “9월 정기국회 전에 정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는 것도 희망 사항이고, 제일 중요한 건 국정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