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26억1662만원에 매각한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와 부지가 주변의 단독주택 매물과 비교해 1.5배에서 3배까지 비싸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7일 문 대통령은 연면적 329.44㎡인 2층 단독주택을 직거래로 20억6465만원에 팔았다. 이 주택의 대지면적이 1721㎡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3.3㎡)당 약 4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2009년 7억9493만원에 사들인 건물이 ‘너무 비싸게 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시세대로 자연스럽게 팔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6일 기준 매물로 나와 있는 이 동네 단독주택의 평당 가격과 비교하면 ‘대통령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지나친 수준이라는 것이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매입자는 현재 등기부등본 이전이 완료되지 않아 누군지 알 수 없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매곡동 사저 건물(329.44㎡) 외에 부속 주차장(577㎡), 주택 인근 논 3필지(76㎡)와 도로 2필지(51㎡) 등 인근 소유 부지도 함께 팔았다. 매각 대금을 모두 합하면 26억1662만원에 이른다. 매곡동 주택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마친 후인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사들인 것으로, 대통령 내외가 취임 전까지 살았다.
2016년 문 대통령은 정계에 몸담은 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도 마련했지만, 홍은동 자택은 ‘임시 거처’라고 부를 정도로 문 대통령은 매곡동 주택에 큰 애정을 보여왔다. 퇴임 후 매곡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사도 여러 차례 표명했다. 그러나 사저가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 경호상 문제가 불거졌고, 이 때문에 퇴임 후 거처가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로 바뀌었다.
“시세 따질 것도 없는 동네”
매곡동은 양산시청 등이 있는 시내에서도 차로 30분을 가야 하는 작은 마을이다. 울산역에서는 차로 40분, 부산역에서는 50~60분이 소요된다. 인근에 덕계동 시가지가 있지만 매곡동은 마을 전체라고 해봤자 200가구가 채 안 되는 주택이 산비탈 경사를 따라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
문 대통령 사저는 매곡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데,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초입에서부터 1.7㎞의 좁은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은 데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이다. 계곡 주변인 사저 뒤편에는 사찰 통방사가 있어, 사저 주변으로 물 흐르는 소리와 간간이 개가 짖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곳이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매곡동 사저에 대해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택했다”고 쓰기도 했다.
이렇게 외진 위치 때문에 매곡동 일대는 이렇다 할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이 없다고 여겨진다. 지난 4월 4일 찾아간 매곡동의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주택 매매 소식도 모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번에 팔린 문 대통령 사저와 부지의 적정가를 9억원 정도로 추측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13년 전 총 8억~9억원(토지 약 1억원, 건물 7억9439만원)을 주고 사들인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동산가를 책정한 것이다. 사저에서 20~30m 떨어진 곳의 단독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주민 A씨는 “대통령 집은 안에 조경도 잘돼 있고 아주 깨끗한 목조주택이라 9억~9억5000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팔려고 내놓은 자신의 집이 전체면적 633.6㎡(192평)의 2층짜리 단독주택이라며 매매가를 5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했다. A씨는 해당 건물에 대해 “옛날 집이고 해서 이 가격이 적정하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래가 워낙 적다 보니 오히려 대통령 사저를 기준으로 인근 집값이 형성되는 일도 생겼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인근 덕계동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사저 주변 주택 주인들이 ‘나도 이 정도는 받아야지’ 하면서 물건을 내놓다 보니 사저 인근으로 값이 좀 세게 나온다”며 “평당 280만원 정도로 나오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접근성이 좋은 매곡마을 입구 주변 집이 산비탈에 있는 대통령 사저 인근보다 싸다. 지난 3월에 나온 매곡동 주거 밀집 지역의 단층 단독주택(대지 380㎡, 건물 69㎡)은 불과 2억8000만원에 나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사실 여기는 워낙 매물이 없어서 시세를 따질 것도 없는 동네”라고 했다.
소유 부지 왜 다 안 팔고 남겼을까
이에 산골 동네의 단독주택을 대통령에게 직접 20여억원을 주고 사들인 매입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거래가 이뤄진 지 약 50일이 지난 지금까지 등기가 완료되지 않아 사저 소유주는 아직 문 대통령으로 돼 있다. 수십억원을 거래하면서도 부동산 중개나 담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과 특수관계인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저 인근 부지를 모두 처분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대통령 재산공개자료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매곡동 사저 인근의 잡종지 159㎡와 일부 대지, 그리고 38㎡의 단독주택이 아직 대통령 재산으로 남아 있다. 이곳은 현재 사저를 지키는 경호 인력 주차장이나 임시 사무소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4일 매곡동 사저를 찾았을 때도 여전히 경호 인력 7~8명이 사저를 지키고 서 있었다. 불이 켜진 건물 내부에도 보안 시설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토지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의 한 부동산업자는 “보통 필지와 건물을 한꺼번에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지와 건물을 일부 남긴 것은 매입자나 매수자의 사정을 고려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곡동 옛 사저를 처분하고 남은 금액은 양산시 평산마을에 짓는 새 사저 건축비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내외는 평산마을 사저 건축비용으로 약 14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 대출과 개인 간 채무 등을 활용했는데, 매곡동 사저를 팔고 남은 돈으로 채무를 해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융기관에서 3억8900만원,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개인 간 채무 11억원을 신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매곡동 옛 사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재산 공개 자료에 나타난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새 사저 평산마을 주민 반응 "경호원들 불편" "시장통 될까 걱정"… 주민들 우려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들어갈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데다가 울산역 등 생활권과도 가깝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곳을 ‘살기 좋은 동네’라고 부르는데, 수십 년을 자리 잡고 살아온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 사저를 찾는 인파에 조용한 일상이 깨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내외가 살 집과 경호동 신축 공사가 한창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는 높고 평평한 부지에 있다. 지산마을과 평산마을을 가르는 산 쪽에 가까운데, 마을 중앙에서는 도보 5~6분 정도 떨어져 있는 위치다. 사저 바로 앞에는 통도사 소유의 경작지가 있고, 위쪽에는 연못이 있다. 지난 4월 4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하얀 중백로 한 마리가 연못을 거닐고 있었다. 두꺼비 산란지로 보호되고 있을 정도로 식수 환경이 깨끗한 곳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주민 한 명은 “여기는 진짜 살기 좋은 동네”라며 “우리는 물도 상수도 물 안 마시고 지하수를 먹는다”고 말을 건넸다.
한국의 3대 사찰인 통도사가 바로 옆에 있어 접근이 쉬운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옛날부터 마을을 ‘통도사 뒷산’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차로 5분이면 가는 거리에 통도사가 있다. 울산역까지는 12㎞,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IC까지는 3.2㎞ 정도 떨어져 있어 교통도 좋은 편이다. 다만 사람 수가 적어 도시가스 사용 지역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기름 보일러나 LPG 가스를 쓴다. 사저를 짓는 공사장 관계자는 대통령 내외가 살 주택도 LPG 가스 설비용으로 짓고 있다고 전했다.
벌써 마을에는 사저를 보러 오는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4월 4일 오후에는 1시간 동안에만 4~5팀이 차를 끌고 사저를 보고 갔는데,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아 경호동에서 사저 인근에 CCTV를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을 시시각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대통령 이주 이후에 몰려들 인파를 걱정했다. 사저 앞 경작지에 물을 주던 주민 이모씨는 “보는 사람마다 ‘문재인 (대통령) 집이 어디고’ 할 텐데 벌써 귀찮다”며 “경호원이니 수행원이니 하면서 매일 얼굴 보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사는 50여 가구 대부분이 60~80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40년 전에 이 마을로 이사 왔다는 한 주민은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인데 동네 다 버릴까 봐 걱정”이라며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좋겠지만 시장통 되게 생겼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