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경북대 의대 교수들이 2017학년도엔 정 후보자 딸, 2018학년도에는 아들의 의대 편입학 심사위원으로 연속해서 들어가 고득점을 준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이는 “심사위원은 추첨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특정 학생과 특정 교수가 만날 확률은 천문학적 통계(확률이 낮다는 의미)에 가깝다”던 정 후보자 해명과 배치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입수한 2017·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 심사위원 명단에는 정 후보자의 대학 동문인 A 교수, 정 교수와 논문을 7차례 공저했던 B교수가 포함됐다. 두 교수는 2년 연속으로 의대 편입학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2017학년도엔 정 후보자 딸(29), 2018학년도는 아들(31)에게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매겼다.
당시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은 1단계에서 학사 성적 200점, 공인 영어 100점, 서류 전형 200점을 배점해서 3배수 선발했다. 이후 2단계는 1단계 총점에 면접 고사 100점, 구술 평가 200점을 더해서 800점 만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A·B 교수는 2017학년도 정 후보자 딸의 구술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만점인 20점을 줬다. 이듬해에 정 후보자 아들이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했을 때에는 서류 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석해서 각각 28점(30점 만점), 29점으로 평가했다. 당시 서류 전형은 전공 교육 성취도, 의학 적성과 발전 가능성, 전공 소양을 심사위원들이 주관적으로 채점하는 방식(정성 평가)이었다. A·B 교수 외에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쓴 공저자 4명도 2017~2018학년도 의대 편입학 전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경북대 의대 전임 교원 비율이 80%에 달하기 때문에 정 후보자와 가까운 ‘동문 교수’들이 편입학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김원이 의원은 “두 자녀가 아빠가 근무하는 경북대 의대 편입학에 지원한 자체가 이해 충돌”이라며 “‘천문학적 통계의 우연’이 어떻게 정 후보자 자녀에게만 일어나는 것인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고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 측은 “지원자 이름을 가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특혜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논문 공저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논문의 경우 보통 공저자가 7~8명으로 등재된다”며 “공저자라고 해서 정 후보자 자녀의 편입학에 특혜를 줬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했다.
경북대도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입시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학내 모든 자료를 검토했지만 의문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태 경북대 의대 핵의학 교수는 “정 후보자 딸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예비 합격자 5순위였다”며 “그런데 11명의 결원이 생겨서 (정 후보자 딸이) 추가 합격했다. 봐줄 거였다면 처음부터 합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정 후보자 측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딸이 만점을 받았던 구술 평가 3고사장에서 또 다른 만점자가 4명 더 있었다”며 “심사위원들의 점수는 학생별로 대체로 유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 딸을 포함한 지원자 5명이 심사위원 3명에게 모두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재태 교수는 “당시 구술 평가는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명확한 답이 정해진 정량 평가여서 주관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주관성이 개입되는 정 후보자 아들의 서류 전형에 대해서도 “지원자가 누군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경북대 의대 입학실장인 박지영 교수는 “가장 최근 입시에선 ‘전면 블라인드’라고 해서 지원자의 이름과 수험 번호, 사진까지 다 지운 상태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며 “정 후보자 자녀가 지원하던 당시에도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인적 사항이나 부모 직업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