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5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안에 대해 “선거·공직자 범죄와 관련해 중재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과 재논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야가 지난 22일 검수완박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합의안을 깨고 재논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강행 처리 뜻을 표명하면서 향후 정국 경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강행 처리 입장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건데, 민주당은 국민을 압박하는 언사를 할 것이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제안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말 빠르게 처리할 생각이 있다면, 빠르게 재논의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가 열리기 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재협상 가능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중재안에 합의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재협상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에 대해 “최고위가 당 최고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에 원내상황에 대해서 의견 제시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과거에도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의총을 다시 열어 재협상 논의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총 소집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장기적으로 폐지하되,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내용의 합의안에 지난 22일 동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중재안은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선거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수사의 대상은 바로 여야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층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은 오는 9월부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 “자기 범죄를 덮고 수사를 뭉개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결국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재협상은 불가하다며 이달 말 본회의 강행 처리 뜻을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윤석열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는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인수위는 22일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하더니 인수위원장이 어제 다른 입장을 냈다.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입장을 번복하는 ‘갈지자’ 행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반발한다고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처신해서야 집권여당이라고 국민들이 보겠느냐”며 “민주당이라고 국회의장 중재안이 만족스러워서 수용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금주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끝내고 28일 또는 29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며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의회 민주주의의 합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