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를 비판했다.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5000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오는 등 반발이 거세고 당내 이견이 분출하자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 수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합의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재 분위기로는 합의안이 깨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최고위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겠지만 ‘합의안 전면 거부’라는 강수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여야 합의 과정에서 누락된 입법 공청회를 하라’거나 ‘국민 여론 환기를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논의하라’는 정도의 의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층의 거센 반발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초 민심의 화살은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선거·공직자 직접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로 한 내용이 담긴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국민의힘이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 야합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병석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당 홈페이지에는 24일 기준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글이 5000건 넘게 올라왔다. “정치인들만 보호하고 국민은 피해를 보게 될 것” “합의가 아닌 야합이다” “졸속 합의에 동의한 권 원내대표는 사퇴하라” 같은 비판이 주를 이뤘다. 권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당으로) 힘이 없어 못 막았다”는 취지의 사과글을 올리자 “협상의 관점에만 매몰돼 국민 소리를 전혀 듣지 않은 것에 실망스럽다” “필리버스터 한번 하지 않고 쉽사리 합의한 것은 야당 책무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당내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거쳐 더불어민주당과 합의까지 한 사안을 뒤집을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당헌·당규를 보면 최고위는 모든 당내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며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 합의안에 지지층 내부 분열도 커지니 다시 한번 따져볼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일부 측근들은 “권 원내대표 입장이 불편하게 됐지만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 한 인사는 “권 원내대표가 불리한 의석 구도 속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이 통과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 합의안을 수용한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안은 원내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민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독자적인 목소리에 이어 이 대표가 ‘최고위 재논의’라는 총대를 메주면서 윤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합의안에 제동을 건 배경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검수완박 협상을 벌이면서 이 대표와 상의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 “이 대표가 합의안에 윤 당선인의 뜻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렇게 움직인 것” 등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른바 ‘윤심’에 대해 “합의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기대할 것” “합의안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수완박 논란은 지방선거 전략과 연계된 사안이기도 했는데, 권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이 대표를 찾아가 협상 결과를 말해주기 전까지 이와 관련해 이 대표와 별 다른 소통이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윤 당선인도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는 기류를 감지하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