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후 울산 북항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건설 현장에서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4일 여야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반발이 이는 데 대해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윤 당선인은 국민 걱정을 (국민) 눈높이에서 같이 지켜보고, 잘 듣고 있다”며 “국민이 염려하는 헌법 가치 수호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그간 국회의 검수완박 논의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다. 여야의 검수완박 갈등이 첨예했던 지난 19일에도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그런 윤 당선인이 이날은 간접적으로 ‘우려’ ‘염려’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 주변에서는 검수완박 합의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 당선인은 주말 동안 주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에선 당선인이 취임 전에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날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배 대변인이 “국회 일에 저희가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야의‘검수완박’합의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2차 내각 발표에서 한 후보자를 소개하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윤 당선인은 형사사법제도는 국가 시스템의 근본이 되는 만큼 전문가들이 숙의한 뒤 개편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지금은 민생과 외교·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당선인은 자신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당선인 신분에서 국회 논의에 개입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국민의힘 의원도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대해서 말한다면 당장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배 대변인이 윤 당선인 입장을 전하면서 ‘취임 이후’ ‘헌법 가치 수호’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주목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후속 입법 과정에서 헌법 가치에 위배된 법률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이 권한 행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당선인 측의 인사는 “(대통령 취임 이후) 윤 당선인이 사법 정의를 위협하는 부당한 내용의 법안이 넘어오면 거부권 행사 여부를 포함해서 신중히 상황 관리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로부터 “국회의장 중재로 합의될 것”이란 취지의 설명을 사전에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 간 쟁점, 유예 기간과 같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따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선인은 검찰총장으로 있던 작년 3월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비판한 뒤 그 이튿날 사퇴했다. 윤 당선인이 이제라도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망에는 “수사·기소를 하나로 융합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윤 당선인 검찰총장 퇴임사가 올라왔다.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도 “윤 당선인은 ‘검찰 떠난 지 오래고 민생 문제나 챙기겠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면서 “즉각 중재안 폐기를 선언하라. 만약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검찰을 이용했다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