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원의 손으로 뽑자”는 주장이 16일 민주당에서 나왔다.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야성(野性)’을 강조하며 당내 강경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의장의 중립성을 포기하는 행태”라며 “이럴 거면 의장이 당적(黨籍)을 갖지 않도록 한 국회법부터 바꾸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를 당원의 손으로 뽑자’는 주제로 당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앞으로 5년 동안 국민과 당원의 편에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의장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중요한 선택이라 본다”고 했다. 일부 여성 당원들은 “국회의장이 검찰정상화법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당원들이 원하는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날 5선의 김진표·이상민 의원과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의장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전날 출마를 선언한 5선의 조정식 의원까지 총 4명이 의장 선거 후보로 나섰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이 전날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성과를 주도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온건파로 평가받는 김진표 의원도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해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강경파인 조정식·우상호 의원이 의장이 돼야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상대적으로 온건한 김진표 의원도 강경파 표심 얻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의장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16일 본지 통화에서 “국회의장을 무소속으로 하는 이유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은 의장 경선을 마치 계파 싸움 하듯 치르고 있다”고 했다. 5선인 정 부의장은 “지금까지 의장 경선은 국회를 어떻게 잘 이끌지를 두고 비전을 경쟁하는 것이 상례였는데,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과거 어느 정당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여소야대 정국일수록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여야를 중재할 수 있는 인물이 의장이 돼야 하는데, 당내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민주당 전위대’를 하겠다는 인사를 의장으로 내세우면 협치를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