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안은 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와 지출 구조 조정으로 마련한다. 여야 합의로 정부안보다 2조6000억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면서, 이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상환액은 당초 정부안 9조원에서 1조5000억원 줄어든 7조5000억원으로 조정됐다. 나랏빚 갚을 돈 중 일부를 빼서 추경 예산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추가로 필요한 약 1조원은 공공기관 출자수입, 기금 여유 자금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가 채무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여야가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지원을 늘린 것이다. 또 추경으로 풀린 돈이 안 그래도 가파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 재원은 올해 예산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53조3000억원)가 주를 이룬다. 이 중 21조3000억원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에 쓰인다. 초과 세수 중 나머지 23조원은 지방교부세 등 지방 재정을 보강하는 데 쓰인다. 작년 세수 중 쓰고 남은 세계 잉여금 등으로 8조1000억원,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6조8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본래 정부는 초과 세수 중 9조원을 국채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50.1%에서 49.6%로 낮아진다. 한국의 국가 채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23조원에서 지난해 965조원으로 242조원 늘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024년 60%를 넘고, 2026년 말 66.7%로 주요 35개 선진국 중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IMF가 제시한 적정 비율(60%)을 넘어서면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제 평가가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을 위해 세입, 국고채 발행 수입,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 등을 우선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과 세수는 아직 정부 수중에 들어오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차입금은 세출에 필요한 세입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융통하고 나중에 들어온 세금을 통해 갚는 제도로, 매년 40조원까지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