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혁명당(북한 연계 지하당 조직) 사건에 연루돼 20년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서체를 5차례 사용한 것으로 16일 파악됐다. 대공 수사권을 이관받게 된 기관(경찰)이 대표적 공안사범의 서체를 원훈·표어에 사용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2020년 7월 23일 21대 경찰청장 이임식 때 신영복체가 새겨진 플래카드 제작에 60만원을 썼고, 다음날인 7월 24일엔 22대 경찰청장 취임식 때도 30만원을 들여 신영복체 플래카드를 제작했다. 그해 8월 7일 36대 서울청장 취임식 때도 22만원을 들여 신영복체로 적혀진 플래카드를 제작했다. 지난해 1월 4일 경찰청 시무식 때도 60만원을 투입해 신영복체 플래카드를 만들었고, 7월 9일 37대 서울청장 취임식 당시엔 21만원으로 신영복체 플래카드를 제작했다.
신영복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기관 홍보에 자주 사용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새 원훈(院訓)을 신영복체로 새겼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신임 청장 취임식 배경막에 신영복체를 사용했다.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는 1966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년간 복역했고, 2016년 사망했다.
경찰 안팎에선 “장하연 전 청장 등이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대 5기인 장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당시 국정상황실장(현 국회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의 친척이기도 하다. 신 전 교수는 문 전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아왔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제자로 알려져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신영복체로 된 ‘사람이 먼저다’ 홍보물을 사용했다. 2018년 북한 김여정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도 신 전 교수 글씨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 전 교수에 대해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