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입장하면서 악수를 요청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치고 있다(왼쪽 사진). 배 위원은 악수를 거부한 이 대표의 왼쪽 어깨를 치고 자리로 돌아갔다(오른쪽 사진). 두 사람은 20일 열린 당 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덕훈 기자

23일 오전 9시 국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장. 국민의힘 윤리위가 전날 이 대표와 관련한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한 이후여서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운집했다.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 회의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정도였다. 그러자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던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배 최고위원이 내민 손을 이 대표는 애써 밀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이 과정에서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손목까지 잡았지만 이 대표는 이를 뿌리쳤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한 후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손으로 때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당 혁신위 운영 방안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문제로 잇달아 충돌했던 두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 장면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로 민생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는 제대로 악수조차 못 할 정도로 내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48개 지역구 조직위원장 공모와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다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향해 “당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하면 때로는 대표가 좀 들으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얻다 대고 지적질이냐”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최고위원 역시 물러서지 않고 “지적질이라고 하셨나. 얻다 대고 뭐라고 하시냐”고 발끈했다고 한다. 그러자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만 회의를 끝내자”고 두 사람을 갈라 놓았다고 한다.

문제는 여당의 내홍이 쉽게 가라앉기 힘든 분위기라는 것이다. 윤리위가 이 대표 징계 여부를 7월 7일로 미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충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벌써 당내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다른 지도부 의원들에게 ‘18원 후원금’을 보내고, 욕설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反)이준석’ 성향의 당원들은 지역 의원들과 일부 친윤(親尹) 성향 의원들에게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 선거의 승리에 가려져 있던 ‘옛 새누리당’ 시절의 계파 분열과 웰빙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경제 위기 속에 여당이 이렇게 비틀거리면 당과 정부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황우여 당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여당은 ‘허니문’ 기간인 집권 초에 원만한 당·정·대와 대야(對野) 관계를 설정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 대해 “입장이 곤란할 테지만 이럴 때일수록 묵묵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더 많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계파 놀음이나 당권 놀음으로 비칠 수 있는 의원 모임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 등이) 자기 중심의 정치와 생존을 위한 정치만을 하고 있다”며 “이럴 땐 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서 서로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도부가 리더십을 복원해야 국정 동력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도 “국민이 여당에 원하는 것은 민생 챙기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