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 출범과 함께 김동연 신임 경기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운 경기도 분도(分道)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24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경기도 분도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김 지사는 “선거 유세 기간 경기북부 지역 방문을 통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경기북도 설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 재정자립도 ‘바닥’
하지만 경기도 분도는 경기북도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시군들의 열악한 재정자립도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현재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관할하는 지자체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한강 이북에 있는 10개 시군이다. 하지만 이들 10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내 최하위권이다. 동두천시(13.1%), 연천군(14.5%), 가평군(16.8%)이 재정자립도 최하위 1~3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경기도 북부청사가 있는 의정부시도 재정자립도 21.1%로 아래서 6위에 불과하다. 10개 시군 가운데 경기도 전체 시군 평균 재정자립도(37.4%)를 넘어서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한강 이북 10개 시군 가운데 재정사정이 가장 양호하다는 고양시의 재정자립도도 32.8%로, 전체 평균(37.4%) 아래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고양시는 지난 1월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시’로 지정됐지만, 재정자립도만 놓고 보면 경기도에서 가장 잘사는 성남시(62.2%)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강 이북 10개 시군이 경기도에서 떨어져 나가 ‘경기북도’로 독립할 경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 간의 ‘약약(弱弱)연합’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자연히 경기도 분도 시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조직이 비대해지는 만큼 갈 수 있는 자리가 늘어서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 주민들이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시의 한 주민은 “요즘은 동사무소나 구청 갈 일도 별로 없는데, 일반 시민들이 도청을 찾을 일이 몇 번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 분도 시 경계 획정도 쉽지 않은 문제다. 분도 시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방안은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가 관할하는 한강 이북 10개 시군을 고스란히 ‘경기북도’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2016년 경기지방경찰청에서 분리독립한 경기북부지방경찰청도 동일한 구역의 치안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 경우 김포시나 가평군 등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김포시는 한강 이남에 위치한 관계로 경기남도에 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굳이 생활권을 따지면 경기북도에 조금 더 가깝다. 김포시청에서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까지 거리는 48㎞로, 수원 광교신도시에 있는 경기도청까지 거리(61㎞)보다 가깝다.
게다가 김포시와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은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로 단절돼 있다. 한강 이북 10개 시군만 경기도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경기남도에 속할 가능성이 큰 김포시는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북도에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과 같은 ‘월경지(越境地)’로 전락한다. 경기북도 독립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이 서울과 인천으로 인해 경기도가 남북으로 단절된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였는데, 분도 시 김포라는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김포시, ‘월경지’ 전락할 가능성
자연히 김포시는 생활권과 행정편의 측면만 놓고 보면 경기북도로 편입시키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정작 김포시민들이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포시의 재정자립도는 고양시와 같은 32.8%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5위에 불과하다. 김포시로서는 이보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경기도 북부의 다른 시군과 함께 엮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에 김포시에서는 “경기북도에 편입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경기북도에 편입될 바에 인천과 합치는 것이 더 낫다”는 등등의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 계양신도시와 검단신도시 모두 과거 김포 땅이었으나 인천에 편입된 곳들이다. 인천시 강화군도 당초 김포에 속했으나 1995년 인천에 편입되면서 줄곧 행정구역과 생활권 간의 불일치 문제가 불거졌다. 강화군은 인천시와 직접 이어지는 육로도 없고,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은 모두 김포시와 이어진다. 김포시를 인천과 합칠 경우, 해묵은 문제를 한 방에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장점도 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도 김포에서 군수, 시장, 국회의원(3선)을 내리 지낸 바 있다.
가평군 역시 분도에 따른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경기도 북부청사가 관할하는 한강 이북 10개 시군은 서울 동쪽에서는 북한강을 기준으로 경계가 설정돼 있다. 대부분 지역이 북한강 이북에 위치한 가평군은 경기도 북부청사 관할로 편입돼 있다.
하지만 가평군 설악면과 청평면 일부(삼회리) 지역은 북한강 수계 이남에 있다. 북한강을 기준으로 경기도를 분도하면, 관할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 지역은 과거 양평군에 속했던 곳들로, 북한강 이북의 가평군과 정서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평군이나 양평군 모두 재정자립도가 공히 16.8%로 최하위권이지만, 경기도 분도 시 이들 지역은 ‘경기남도’에 속하는 양평군으로 회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강 이북 10개 시군을 경기도에서 분리시켜봤자, 인구 분산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북부 10개 시군을 분리시킬 경우, 떨어져 나가는 인구는 경기도 전체 인구(1358만명, 2022년 5월 기준) 가운데 352만명가량이다. 분도 이후에도 경기남도 인구는 1006만명으로 여전히 서울특별시(949만명)를 능가하는 국내 최대 지자체다.
자연히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 동북아 경쟁도시에 비해 규모가 작은 서울을 확대개편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란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6.31%로 경기도(61.57%)나 인천광역시(52.77%)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북부 10개 시군 중 파주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이라며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의 공약처럼 ‘임기 내 경기도 분도’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