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7억원 투자 유치 각서’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8일 JTBC가 보도했다. 앞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지난 1월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장모씨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으면서 장씨의 요구로 ‘7억원 투자를 유치해주겠다’는 약속 증서를 써줬다. 그런데 이 각서가 장씨가 ‘윗선’이라고 언급한 윤 후보 측 인사에게 전달돼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거론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JTBC가 이날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장씨는 “안철수와 합당한 것도 안철수한테 그걸(각서) 보여줘서 합당된 것”이라며 “이준석이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안철수도 합당하라”고 했다. 자신이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 실장으로부터 받은 각서가 단일화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다. 장씨는 2013년 이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받을 때 현장에서 의전을 맡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장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 보도된 다른 음성 파일에서는 자기의 ‘성접대 의혹’ 폭로 배후에 ‘윗선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JTBC는 “장씨가 녹음 파일에서 말한 윗선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캠프와 당선인 비서실 등에서 활동한 윤모씨”라면서 “또 다른 윗선도 존재하는데 윤씨보다 정치적 입지가 훨씬 높은 인물”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또 다른 윗선’이 윤·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 밀접하게 관여한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자신의 성 접대 의혹 폭로에 ‘윗선’이 개입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윤리위가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빠르게 판단한 것이 오히려 의아하다”고 했다. 윤리위 징계를 촉발시킨 성 접대 의혹 자체가 정치권 인사가 개입한 일종의 ‘기획 폭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