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 직후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지도부의 운명이 법원 결정에 좌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양측은 이날 법원에서 비대위 전환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대표 측은 “배현진·윤영석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소집 의결에 참여한 점이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최고위원 사퇴는 사퇴서를 낸 시점부터”라며 “(사퇴) 의사만 밝혔다고 법률상 사퇴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또 “당헌 96조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당헌에 해당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 전환은 내용상으로도 하자가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당원권 정지’ 징계로 당대표 임기 2년 중 6개월의 권한을 다할 수 없다면 그것은 비상상황이 맞는다”며 “최고위 구성원 9명 가운데 5명이 사퇴 선언을 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 것”이라고 맞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법원 심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는 정당의 관계자로서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드리는 상황을 만든 것 자체를 자책한다”며 “그에 못지않게 이 일(비대위 전환)을 시작한 사람들도 책임을 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심문 전 기자들과 만나 “인용될 경우는 없을 것이라 보지만, 절차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인용된다면 그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법원이 비대위 전환 과정의 절차적 문제 때문에 가처분을 인용하면, 그 부분을 보완해 다시 비대위 구성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취지다.

여권 관계자는 “기각되면 전날 출범한 비대위가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겠지만, 인용되면 또다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면서 당내 리더십을 두고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