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新軍部)’에 비유하며 가처분 인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 19일 A4용지 4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은 지난 17일 남부지법에서 진행됐다. 남부지법은 이날 “이준석 대표 가처분 사건은 다음 주 이후에 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서 “절대자가 (비대위 전환) 사태를 주도했다”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가처분 인용을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가처분 기각을 주장한 김기현 의원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부터 중재안을 제안받았다고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저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며 “저는 저에게 징계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했다.

탄원서 마지막 대목에는 “대통령과 기득권 주류에게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당을 만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에 비견될 것” “사법부에서 당내 민주주의 확립의 관점에서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당의 일을 정치로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법부의 조력을 간절히 구한다” 등의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