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19일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하면서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된 의원들의 저울질과 경쟁이 시작됐다. 일정 촉박 등을 이유로 ‘추대론’이 제기되지만, 후보군이 10명 가까이 거론되는 만큼 경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첫 회의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면서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당내 친윤계 초·재선들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5선의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주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는데, 이준석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탓에 잘못도 없이 낙마했다”며 “추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할 수도 있으니 중량감 있는 주 의원이 적임자”라고 했다. 주 의원은 주변에 “원내대표를 하겠다는 후배들이 많지 않으냐”며 추대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혔지만, 거듭되는 설득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윤계가 ‘박수 추대’ 방식에 불만을 제기해온 만큼 추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인했는데 일부 비윤계 의원들은 “이러면 북한과 다를 게 뭐냐”고 반발했었다. 원내대표에 출마하려는 다른 의원들도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재선의 이용호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원이 나 말고도 여러분 계시는데, 추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수 정치, 박수로 추대하는 정당이 되면 당이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한 친윤계 3선 의원은 “추대론이 자꾸 나오는데 어떻게 정리되는지 보고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복수의 후보들이 나올 경우에는 당연히 표 대결로 가야 되는 것이 온당하고 상식적”이라고 했다. 현재 4선의 김학용·윤상현 의원, 3선의 박대출·윤재옥·조해진 의원, 재선의 이용호 의원 등이 원내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경선을 하게 되면 비윤계가 결집하고 계파 갈등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어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 때 권성동 의원에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실렸는데도 불구하고 비윤계 조해진 의원이 21표를 받았다”며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윤계 후보가 그때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하게 되면 친윤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리더십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되, 임기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이나 권성동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4월까지로 제한하자”는 중재안도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가운데 ‘윤심’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는 친윤계 중진 의원은 “주호영 의원 추대가 윤심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출마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추대론은 친윤계 핵심 인사가 자기 생각을 마치 윤심인 것처럼 퍼뜨리는 것”이라며 “윤심은 누구에게도 가 있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당의 일은 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