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과의 유착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의 대북사업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경기도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태협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와 함께 각종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주최한 곳이다. 현재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아태협과의 대북사업을 주도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는데, 쌍방울그룹은 아태협 사업에도 각종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1월 13일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 사무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측은 아태협의 사업참여 자격, 기금 지원 적절성 등에 대한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다. 다음은 당시 회의록의 일부다.
김강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하 김) "이 단체가 주로 했던 사업들은 어떤 사업인지 아시죠? 그거는 동북아 전쟁에 대한 부분들 속에서의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단체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보니까 남북협력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자기네들이 한다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평화공원 이렇게 조성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경기도 사업인지 아니면 이 단체의 사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걸 대놓고 이렇게 하고 있는데 이거를 어느 쪽을 믿어야 될까요? (중략)
이렇게 공표를 하고 있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들이 확인이 필요할 것 같고요.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고 한다면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주장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남북협력기금이라는 것들을 제공해서 사업들을 추진한 꼴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부분들을 본인들의 홍보사업에 우리(경기도)가 활용된 부분들이 없지 않다. (중략)
여기 단체가 3월 8일날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이 됐더라고요. 그러니까 기존에 하던 사업들은 사실은 이런 사업들 경험이 없는데, 홈페이지 안에서는 보여지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 제가 받아보지를 못했어요. 왜냐하면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으려면 보니까 3년 동안 이런 실적들이 있어야지만 이걸 지정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들의 실적이나 내용이 있는지 확인 좀 해달라고 했는데 없어서 사실은, 그리고 올 3월달에 지정이 됐는데 어떻게 이런 부분들의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지 제가 궁금해서. 그래서 우리 남북교류협력기금들을 사용할 때에는 그런 목적, 경험들이나 어떤 노하우들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쓰여야지 이 부분들이 투명하게 정리될 수 있는데 안 그러면 자칫 잘못하면 진짜 곶감 빼먹듯이 그냥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런 내용을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신○○ "인가할 때 기준은 실적과 북측과의 합의서입니다. 실적은 제가 보기에도 별로 없었을 것 같고, 그전에는 유해 봉안과 같은 일을 했으니까 실적은 없었을 거고요. 어떤 합의서로 받았는지 모르겠는데 합의서 내용들을 가지고 통일부에서 급하게 인가를 내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김 "아태평화교류협회에서 하는 필리핀에서 했던 행사에 참가했을 때 엄청난 행사 진행 과정, 여기 보고서에도 있지만, 이게 몇 줄로 그냥 정리돼 있지만 미숙한 점들이 되게 많았습니다. (중략) 이런 부분들 통해 가지고 교류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
“얼토당토않은 기관에 기금 지원하는 꼴”
실제 아태협이 국세청에 공시한 공익법인 공시서류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이 언급한 필리핀 행사인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추진하던 당시 아태협 직원은 3명이 전부였다. 김 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연혁을 비롯해 어디를 봐도 대북교류 행사를 벌이기에 적합하다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며 “사업내용을 보면 도가 하려는 사업이 그대로 나와 있었는데, 뜯어 살펴보면 이것이 도가 추진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이 단체가 하는 사업에 도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건지 헷갈리더라”라고 말했다. 당시 아태협 관련 예산이 상당했고 아태협에 대한 촘촘한 자격 심사 없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 전 의원의 설명이다.
아태협이 당시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추진할 수 있던 건,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또 “사업자 선정의 우선 조건이 ‘북측 인사의 참여’였다. 아태협이 선정된 것도 이 조건에 충족돼서였는데, 기금사업 특수성 때문인지 예산 정산 등이 확실치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아태협은 앞서의 국제대회에서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료들의 참석을 이끌내기도 했다.
“대북사업마다 수상한 ‘브로커’ 있었다”
도의회 일각에선 당시 아태협 자체보다도 아태협이 리종혁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인사 초청을 비롯해 각종 대북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함께한 ‘브로커’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하기도 했다. 매 사업 과정에서 중복된 이름의 브로커가 눈에 띄었고, 이 브로커를 통해 대북교류협력기금이 사업 관계자나 정치권 쪽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의심·정황에서다. 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소속의 한 전직 도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이 어디론가 불투명하게 집행됐고 공통된 브로커가 항상 껴 있었다. 누가 봐도 기금 자체가 새어나가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관련 부처를 통해 알아보다 국정원으로부터 ‘이런 식의 도의원 개입 자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고지를 받기도 했다. 더 이상 공론화할 수 없었는데 그게 지금 터지는 듯하다.”
아태협이 이 대표 도지사 재임 시절경기도와 함께 이뤄낸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앞서 언급된 2018년, 2019년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였다. 쌍방울 배임·횡령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형사6부는 쌍방울그룹이 특히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지원한 사실, 아태협의 안부수 회장이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는 사실 등에 주목하고 있다. 안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지원을 위해 불법 선거운동 조직을 만든 혐의로 지난 9월 17일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검찰이 최종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앞서의 전직 도의원도 의심한 아태협 후원금의 흐름이다. 구체적으로는 쌍방울그룹이 아태협을 통해 경기도에 우회적으로 후원을 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 9월 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서울 용산구 아태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오고 간 자금이 이 대표의 변호사 수임료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와 함께 아태협 자금의 용처도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아태협 측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