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스타항공에 채용된 직원 중 야권 인사들의 청탁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있다면서 관련 자료와 실명을 공개했다. 청탁자로 지목된 야권 인사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이스타항공은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이 창업한 회사로, 이 전 의원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이 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를 특혜 채용해주고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윤창현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 이원욱·양기대 의원 이름이 ‘추천인’란에 적힌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지원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한명숙 의원’ ‘이원욱 의원’ ‘양기대 광명시장’이란 이름과 당시 직함이 같이 적혀 있다. 윤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관련돼 있는 분은 (채용 과정에서) 70명 중 70등을 했다”며 “이원욱·양기대 의원과 관련된 인물의 경우 각각 70명 중 42등, 132명 중 106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70명은 1차 면접자 인원이고 최종 합격자는 20명 정도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이게 잘못된 자료라면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문제를 삼으면 되고, 제대로 된 자료라면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윤 의원 측은 본지 통화에서 “국감에서 공개한 채용 관련 자료는 공익 제보를 통해 받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지원자들의 인적 사항이 상세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추천인’란에 왜 야권 인사들이 들어갔는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청탁 채용으로 지목된 세 명 중) 두 명은 같이 일했고, 비행도 여러 번 했다”며 “그런 소문(청탁)이 있어서 선입견을 갖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함량 미달의 기장과 부기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 명은 부기장인데, 그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관제사와의 소통도 안 돼 비행할 때 기장이 부기장 업무까지 같이 해야 하는 중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본 직후 “이런 파일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며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정확하게 그 사람들이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냐”고 묻자 박 위원장은 “그건 제가 알 수 없죠”라고 했다. 박 의원이 재차 “알 수 없는데 이 자리에서 잘못 이야기하면 그건 증언 위반이 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않느냐”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제가 뭘 잘못 얘기했나. 과거에 이런 소문이 돌았고 이런 파일(윤 의원 공개 문건)을 지금 확인한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이 실명을 공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양·이 의원 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윤 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하지 않고 명백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국감장에서 발언한 것을 가지고 윤리위에 넘긴다는 발언은 반(半)공갈, 반(半)협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창현 의원은 “의원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해 확인해서 가져온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임해야지 ‘그런 허접한 자료를 어디서 들고 와서 함부로 떠드느냐’는 식으로 겁박하면 어떻게 국정감사를 할 수가 있느냐”고 했다.
윤 의원의 이날 실명 공개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에게 ‘정부 합동 부패 예방 추진단’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의원은 “부패를 주제로 이스타항공 관련된 것들을 6가지로 추려서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 비리 하나하나마다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데, 이를 정부 합동 부패 예방 추진단에서 다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스타항공에 청탁했다고 지목된 야권 인사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고,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양기대 의원은 입장문에서 “취업 청탁을 한 적도 없고, 윤 의원이 취업 청탁 대상자로 지목한 사람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윤 의원은) 분명히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