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내년 초 개각설이 부상하고 3월 전당대회 일정이 맞물리면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내각 차출설’이 19일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이준석 사태’ 이후 차기 당대표 조건으로 ‘대통령과의 호흡’이 강조되면서 초대 내각에서 함께 일한 정치인 출신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음 달 설 연휴(1월 21~24일) 전후 중폭 수준의 개각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두 사람이 내각에서 나와 전당대회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룰을 바꾸면서 100% 당원 투표에 이어 ‘결선 투표’를 도입하려 하는 것도 이들이 늦게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아직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뜻)’ 후보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물밑 후보군도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대학 때부터 인연이 있고, 초대 내각 구성 당시에도 윤 대통령이 수차례 장관직 수락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권 장관은 현역 서울 4선 의원이라 수도권 민심에 예민하다. 또한 당 사무총장과 지난 대선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전략통’이라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권 장관은 튀는 스타 장관은 아니지만 조용히 내각을 챙기고 안정적이며 대통령과 잘 통하는 인사”라며 “당의 안정과 외연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당내 중진”이라고 했다. 실제 ‘권영세 차기 대표설’은 그가 내각에 들어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당과 대통령실 안팎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원칙 대응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승점을 챙긴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과거 대장동 의혹을 앞장서서 이슈화한 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면서, ‘영원한 쇄신파’의 이미지에서 ‘보수 후보’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지사를 지낸 정치인으로, 내각에서 당으로 복귀해 바로 대표가 되더라도 당을 이끄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여권 인사는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최근에는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국정농단’이라며 강공으로 나가면서 정치적 몸집을 더 키우고 있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당대표 주자만으로는 중도 확장과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더 커지고, 이들을 향한 여권의 강한 출마 요구가 나온다면 권 장관이든, 원 장관이든 당대표 도전을 피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원 두 장관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권 장관은 당초 유력 당권 주자로 꼽혔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운신의 폭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장관은 이태원이 있는 용산을 지역구로 둔 현역 의원인데,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공천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 장관도 2027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탓에 2024년 총선을 이끌 당대표에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사람 다 검사 출신이어서 ‘검사 대통령에 검사 당대표’ 구도가 되면 차기 총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친윤계 내부에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있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두 사람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높다”면서도 “이들을 내보내면서 당대표 출마까지 힘을 실어줄지는 다른 문제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개각과 차출설에 대해 권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아는 바가 없다”고 했고, 원 장관은 “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