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중국어 교육과 자국 문화 홍보·보급을 명분으로 2020년 말까지 세계 160여 국에 540개 넘는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세웠다. 2004년 서울 강남에 세계 1호점으로 문을 연 공자아카데미를 시작으로 국내에는 공자학원이 총 23개 개설돼 있다.
이는 아시아 국가를 통틀어 최다(最多) 규모이다. 이 가운데 22개는 전국의 국립 및 사립대학교 안에 있다. 중국은 해당 대학에 매년 평균 1억원 안팎의 운영 경비를 지원하며 중국인 교사를 직접 선발해 파견한다.
국내 공자학원들은 지역 내 초·중·고교는 물론 유아·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자학당’과 ‘청소년 중국어 교육 센터’, 중국 문화 체험 행사, 교사·교감·교장 초청 관광, 경찰 공무원 대상 무료 중국어 강의, 시군구 의원 대상 여행, 중국 최고위 과정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공자학원이 상당수 대학에서 10년 넘게 뿌리내리면서 중국의 문제점에 대한 독립적·객관적인 연구와 학문적 토론조차 사라지고 있다”며 “공자학원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비판의식을 해체하고 마비시키는 핵심 본부”라고 했다. ‘대학생 중국어 말하기 대회’의 경우, 대만이나 티베트·천안문 사건 등을 주제로 다루면 본선 진출이 봉쇄된다. 순응하는 학생들은 중국 현지 장학생 또는 중국 기업·은행에 취직시켜 친중파(親中派)로 키우고 있다.
서방국들은 공자학원을 중국의 영향력 침투 창구이자, 현지 유학생 등을 단속·감시하고, 고급 학술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 거점으로 최근 결론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공자학원 폐쇄·퇴출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올 10월 취임한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영국 안에 운영 중인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020년 8월부터 공자학원을 세우려는 미국 기관·대학에 대해 인적 구성과 예산 및 지원금 사용 내역 보고를 의무화했다. 최근 2년간 전 세계에서 문 닫은 공자학원은 150개에 육박한다.
한민호 ‘공자학원 실태알리기운동 본부’ 대표는 “국내에 진출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문화원 가운데 대학 안에 있는 곳은 전무(全無)하다”며 “공자학원도 이들처럼 모두 하루빨리 대학 바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송의달의 모닝라이브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