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으로 이전을 앞둔 대구공항. photo 대구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여권 내 미묘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군공항이전법)’에 따라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공항에 별도 특별법을 만들어 공항 이전과 부대시설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르면 2월 내 특별법이 통과되면 역시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으로 추진 중인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건설 일정이 늦춰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월 30일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 15명이 긴급 오찬간담회를 가지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민의힘 부산시당 대변인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두고 가덕도신공항과 연계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경쟁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현재 대구공항은 대구시가 공항을 지어 국방부에 기부하면, 국방부가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공항을 대구시에 넘기고 이를 개발해 사업비로 충당하는 이른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대구공항은 공군 소유의 공항을 민간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대구공항을 폐쇄하면 민항시설도 함께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때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주차장 등 별도시설과 연결도로 및 철도 건설에 수조원대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국비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주호영 발의에 안철수·김기현 가세

이 같은 특별법은 대구 수성구갑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대표발의했는데,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5명 가운데 차기 당권주자인 안철수, 김기현, 윤상현 등 74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잠룡(潛龍) 중 하나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도 지난 2020년 대구 수성구을 현역 의원 신분으로 비슷한 이름의 특별법을 발의한 적 있어 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21년 비슷한 이름의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추진’과 ‘기부 대 양여 방식이 아닌 국가 재원으로 건설추진’을 지역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부·여당의 핵심인사들이 직접 챙기고 있는 해당 법안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까지 가세한 상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매개로 민주당의 아성인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까지 함께 처리하려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국회에는 민주당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구갑) 대표발의로 ‘대구·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도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이에 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와 광주의 군공항 이전에 국비를 투입하는 특별법이 동시 처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지난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전폭적 힘을 실었던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은 자당 대구·경북 출신들 주도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에는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명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이름도 빠졌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 15명은 2021년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민주당 법안과 별개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이 대표 발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민의힘 내 양대 세력인 대구·경북과 부산 사이에서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여객ㆍ화물 적은데 사업비 과다

지지부진한 가덕도신공항 조성 일정도 부산지역 의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제용역을 거쳐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을 문재인 정부 때 백지화하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까지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덕도 자체의 입지 특성으로 인해 오는 2030년 유치 예정인 부산세계박람회 전 개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거쳐 밝힌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점도 오는 2035년이다. 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보다 5년 빠른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보다 여객과 화물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투자금액은 가덕도신공항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많아 경제성 논란도 예상된다. 부산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의 지난 수년간 여객수요와 화물수요 등을 비교해보면, 대구공항은 여객 기준으로 김해공항의 4분의1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공항이 처리한 여객은 225만명으로 김해공항(1002만명)의 22% 수준이다. 항공화물 기준으로도 대구공항의 지난해 항공화물 처리량은 1만2000여t으로 김해공항(5만5000여t)의 21% 수준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통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기준으로 대구공항이 처리한 여객은 466만명으로 김해공항(1693만명)의 27% 수준이다. 같은 해 대구공항이 처리한 항공화물 역시 3만4000여t으로 김해공항(17만1000여t)의 19% 수준이다. 반면 대구시가 지난해 8월 밝힌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5년 기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예상여객은 1998만명에 항공화물은 148만t에 달한다. 대구공항을 이전하자마자 여객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급증하고, 항공화물은 무려 43배 이상 폭증한다는 계산법인 셈이다. 정작 항공업계에서는 “대구공항이 외곽으로 이전하면 공항이용 메리트가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공항 건설에 드는 비용은 가덕도신공항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거쳐 지난해 4월 추산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용은 3500m 활주로 1본(本) 기준으로 13조7000억원이다. 반면 대구시가 지난해 8월 수립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현재 대구공항과 비슷한 길이 2744m 활주로 2본을 놓는 기준으로 총 11조4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이 중 한 본은 가덕도신공항(3500m)보다 긴 3800m로 연장하고, 별도로 3200m 길이의 제3활주로 1본도 추가해줄 것을 국토부 측에 요구 중이다. 이에 따른 총비용은 26조4000억원까지 추산된다. 대구시 공항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국방군사시설 기밀사업으로 기본계획도 원본 공개가 안 된다”며 “민간공항 부문은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중이라 정확한 비용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