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간 중 마련된 ‘한국의 밤’ 행사장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왼쪽). photo 박형준 부산시장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일정 유출 사태로 이재명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사퇴한 가운데, 부산시에서도 윤 대통령의 일정이 일부 포함된 비슷한 해외순방 일정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때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함께 출국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의 유럽순방 일정이 출국 한 달 전쯤 한 중국계 기업인의 손에 들어가면서다.

과거 부산시를 상대로 동부산(오시리아) 관광단지 개발을 타진하기도 했던 이 중국계 기업인은 영국에 본사를 둔 해외투자이민 컨설팅업체 대표에 해당 일정을 통째로 넘겼고, 부산시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사업확대에 필요한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자체장의 해외순방 일정이 취재편의 등을 위해 출국 직전 기자단에게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걸어 제공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외국계 기업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실제로 해당 메일을 전달받은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대표도 다보스 현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히 부산시나 감사원 차원의 내부 공직기강 감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중국계 기업인은 박형준 시장의 다보스포럼 참석 때 윤 대통령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 역시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는 일정표를 영국의 투자이민업체 대표에게 이메일로 건네면서 “부산시장과 한국 대통령도 다보스에 참가할 예정”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2030 부산엑스포 홍보에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 정부의 모든 부처가 우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인사는 “비밀리(confidentially)에 부산시장 순방 어젠다를 공유한다”며 “부산시장이 열쇠(key)로 부산시장은 현재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close allies)”이라고도 언급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해당 일정표를 첨부한 관련 이메일에 따르면, 박형준 시장의 일정은 지난 1월 17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약 한 달 전쯤인 지난해 12월 22일 이전에 이미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정표에는 박형준 시장이 탑승할 예정인 항공기 편명과 이동시간을 비롯해, 현지 공항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인사들과 만나기 위해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과 소요시간 등 각종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또 다음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최한 ‘한국의 밤’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 및 식사일정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월 18일 다보스 아메론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정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관련 사실을 제보한 인사는 “일정표가 중국 사업가 손을 거쳐 북한에라도 넘어갔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말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가 맞는다”면서도 “행사준비 초기단계에 작성된 자료인데 우리도 어떻게 밖으로 나가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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