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류성걸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3.16/뉴스1

여야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 소위를 열어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추가로 7~9%포인트 높이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을 합의 처리했다. 윤석열 정부가 전날인 15일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맞춰 여야가 관련 지원법을 조속히 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추진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여야가 손잡고 위기 극복에 나선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의 사실상 첫 협치 성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기재위 소속 위원들은 이날 비공개 소위를 열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반도체법은 22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특별법 골자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여기에 올해 한시적으로 4%인 신규 투자 추가 공제율을 10%로 늘려주기 때문에 이를 합하면 최대 25~35% 공제가 적용된다. 이는 정부의 감세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류성걸(오른쪽) 의원과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16일 열린 조세소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여야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추가로 7~9%포인트 높이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을 합의 처리했다./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대기업 기준)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켰지만 “지나치게 소극적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고, 정부는 지난 1월 공제 비율을 더 높인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당초 민주당은 “대통령 한마디에 법을 또 고치라는 말이냐”고 반발했지만, 미국·대만 등 의회가 반도체 육성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감안해 정부안을 수용했다.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 1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25%를 세액공제해 주고, 첨단 설비 투자에 들어간 비용의 5%도 별도 공제해 주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미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반도체법에 서명했다.

여야는 또 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국가 전략기술의 범위를 기존 반도체·2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4개 분야에서 수소와 미래형 이동 수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야당이 요구한 사안을 여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투자 세액공제 특례 대상을 확대해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발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첨단 모빌리티 관련 기술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전기자동차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반도체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기 전까지 여야 협상은 한때 난항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 신동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소위에 상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 안건 심사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소위에 직회부할 수 없다며 맞섰다. 이후 여야는 합의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회의를 재개해 법안 상정에 합의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임시 투자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는데 저희가 통 크게 양보했다”고 했고,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대한민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