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을 정리한 첫 번째 통일백서가 14일 공개됐다. 정부는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 대신 ‘북한 비핵화’ 사용을 공식화하며 한반도 정세 불안정과 남북 교류협력 단절의 책임이 북한의 핵 위협과 군사 도발에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또 ‘북·미’라는 표현은 ‘미·북’으로 바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통일부는 이날 ‘2023 통일백서’를 발간했다. 백서 1장은 “북한은 우리와 미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했고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적시했다.

3장서에도 “2022년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위협과 도발로 남북 간 교류 협력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핵 문제를 “한반도 정세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한반도 정세 악화와 남북 관계 경색의 책임이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도발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백서는 북한 도발에 대해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단호한 대처’ 등의 표현으로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란 점도 명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통일백서인 ‘2022 통일백서’는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표현은 있었지만, 북한의 ‘도발’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은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또 올해 백서는 지난해까지 사용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앞서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백서의 ‘북한 비핵화’는 핵을 포기해야 하는 주체가 북한임을 보다 분명히 적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북미’, ‘북미 관계’ 등 용어도 ‘미북’, ‘미북 관계’란 용어로 바뀌었다. 통일부는 지난해 말 ‘담대한 구상’ 홍보자료에 미북 관계가 사용된 데 대해 “이 용어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며 미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모두 사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백서에서 ‘미북’이란 단어는 총 7번 사용됐지만 ‘북미’는 남북 관계 주요일지에 ‘미북’과 병행해 등장한 것이 유일했다. 사실상 ‘북미’ 대신 ‘미북’이란 단어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남북 통신선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통일백서에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통일 비전으로 정했다. 이를 위한 3대 원칙으로는 무력 도발의 불용, 호혜적 남북 관계, 평화적 통일 기반 구축 등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5대 핵심 추진 과제로는 ▲비핵화와 남북신뢰 구축의 선순환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 고통 해소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 동질성의 회복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 준비 등을 제시했다.

올해 통일백서는 총 7장, 291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담대한 구상’ 등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북한 비핵화 및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인권 증진, 통일미래 준비 등 변화된 정책적 측면을 강조해 기술했다.

통일부는 통일백서를 총 1만 부 발간해 입법·사법·행정기관과 통일 민간단체, 관계 분야 전문가 등에 배포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