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 당국이 23일 ‘창원 간첩단’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의 하부 조직원 2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 수색했다. 방첩 당국의 이날 수사 대상에 오른 조직원들은 전 진보당 공동대표 A씨와 전교조 강원지부장인 B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첩 당국은 북한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들과 접선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자통 핵심 간부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후 방첩 당국은 자통의 하부 조직원으로 활동한 민노총·진보당·전교조 인사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방첩 당국은 간첩 조직과 민노총·진보당·전교조 일부 인원들이 얽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방첩 당국은 이날 A씨와 B씨의 자택과 차량, 강원 춘천시 전교조 강원지부 등 8곳을 압수 수색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해 검찰에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021년 6월 ‘녹슬은 해방구’라는 제목의 북한 사상을 찬양한 이적 표현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작년 6월엔 자통 핵심 조직원 김모(구속 기소)씨에게 민주우체국노조, 우체국택배노조 강동지회, 시설관리단 노조 등의 목록을 전달하고, 작년 7~9월 사이 대학생이나 진보당 인사들의 목록을 전달한 혐의(편의 제공)도 받고 있다. 방첩 당국은 A씨가 자통 조직원 김씨에게 전달한 노조·인사 목록이 이른바 ‘포섭 목록’은 아닌지, 북한에 전달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A씨는 작년 7월 진보당 공동대표로 선출돼 작년 8월 1일부터 일했다. 그런데 돌연 지난 2월 24일 사퇴했다. 진보당은 홈페이지에 ‘A 공동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공동대표직을 비롯한 중앙당직과 총선후보직에서 사퇴하였음을 공고한다’고 올렸다. 방첩 당국이 지난 2월 23일 자통 하부 조직원으로 활동한 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부회장과 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에 대해 압수 수색한 다음 날이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인사들의 압수 수색 영장엔 A씨 이름은 적시되지 않았고, 당시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B씨의 경우 2020년 4월 ‘태양절 110주년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으로 주체사상을 창시한 김일성을 찬양하고, 작년 2월엔 ‘김정일 동지 탄생 80돐을 축하드리며’라는 제목으로 김정일을 찬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작년 6월엔 자통 조직원 김씨에게 전교조 강원지부에서 노조 현황, 회원 포섭 대상자 등의 신원을 전달하고, 작년 9월엔 전교조 강원지부의 7~8월 활동 내역이나 하부 조직원들이 북한 사상 관련 학습을 받았던 내용 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작년 11월엔 서울에서 자통 조직원 김씨와 접선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회합)도 있다.

진보당 정혜규 대변인은 통화에서 방첩 당국의 이날 압수 수색에 대해 “자세한 사실관계에 대해서 확인 중”이라며 “헌법이 무죄 추정 원칙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경찰의 일방적인 발표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정부가) 이번 상황을 핑계 삼아 이제 진보당에 대한 부당한 정치 탄압을 가해 온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교조·민노총 등 노조와 노동 시민 단체 20여 명은 이날 오후 전교조 강원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자신들의 존립을 위해 말도 안 되는 간첩 몰이를 하고 있다”며 “건설 노조 다음은 전교조 차례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국가보안법을 들어 탄압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들은 “전교조는 시국 선언과 정부 퇴진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