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냈던 A씨가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 재판에서 “청와대 1차 안보 관계 장관 회의 당시 참석자 중 일부는 고 이대준(해수부 공무원)씨 피격·소각 사실을 접하고 (북한을 향해) 욕까지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A씨는 또 이대준씨가 바다에서 실종된 초기 상황에 대해 “(청와대도) 해상 추락으로 알고 있었고, 월북 시도라고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이씨의 실종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9일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이 증인에게 질문하는 주 신문이 이뤄졌다. 현재 이 사건 재판의 증인신문은 군사기밀 정보 등의 유출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씨 실종 하루 뒤인 2020년 9월 22일 청와대 상황에 대해 “실종 추정 시각에 조류가 남쪽으로 흘렀고 (이씨가) 대공 용의점이 없으며, 해상 추락으로 추정된다는 내용 등을 서훈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그는 또 “서 전 실장에게 실종자가 (북측에) ‘살려달라’고 했다는 SI(특별 취급 첩보) 등도 보고했다”며 “보고 당시까진 해상 추락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월북으로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자신이 참석한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 1차 안보 관계 장관 회의와 관련, “서 전 실장 지시로 SI를 전부 출력해 참석자들에게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빛 사진이 있는 PPT 자료 등을 통해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격되고 시신이 소각된 사실은 명백했다”며 “회의 참석자 중 일부는 피격 사실을 전제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SI상으로는 (이씨가) 살기 위해 북한군에 월북을 언급했을 수가 있어, 그것만으로 월북을 단정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서 전 실장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이씨 피격과 시신 소각 사실을 숨기려 했다. 그는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쯤 국가안보실 비서관 회의를 열고 “남북 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비서관이 ‘이씨 피격 사실을 공개하자’고 했으나 서 전 실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비서관은 “미친 것 아니냐. 이거 덮을 일이냐.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다”고 했다.
안보실은 이씨 피격 사실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데 이어 그날 오전 10시에 열린 2차 관계 장관 회의가 끝난 뒤엔 이씨를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기로 결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날 오후 3시 5분쯤 서 전 실장은 A씨를 통해 해경에 “보도 자료에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벗어놓고 실종’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 등을 담으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장성 진급 행사 참여로 2차 회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국방부에서 실종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해경도 실종 보도 자료를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해경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또 “해경 보도 자료에 ‘CCTV 사각지대’ ‘가정불화’ 등을 반영하라는 서 전 실장 지시는 월북으로 몰아가는 취지”라고 했다.
그런데 기밀에 부치기로 했던 이씨 피격·시신 소각 내용이 그날 밤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자 안보실은 국방부 등을 통해 이씨를 월북자로 단정 지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4일 오전 8시쯤 열린 청와대 3차 안보 관계 장관 회의 이후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국방부 발표 문구 등도 서 전 실장이 직접 수정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