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인 손종학(62)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선관위를 정상화하려면 중앙이든 지역이든 법관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깨야 한다”며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시하지 못하는 구조다 보니 사무처 직원들이 전횡을 하게 된다”고 했다. 손 교수는 판사 시절 경기 오산 선관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대학 교수 신분으로 지난해까지 대전 지역에서 선관위원으로 10년가량 활동했었다.

손 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법관은 법원에서 자기 일을 하기에도 정신이 없어 선관위 업무는 챙겨볼 여력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선관위 업무를 사무처에 일임하게 되고, 내부에서 ‘자녀 특혜 채용’과 같은 비리가 발생해도 선관위원장은 알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대법관, 17시도 선관위는 지방법원장, 249시군구 선관위는 부장판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헌법과 법률은 선관위원장을 선관위원 중에 ‘호선(互選)’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관을 위원장으로 뽑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바꿔 선관위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호선’ 제도를 실질적으로 시행해서 판사가 아닌 사람도 선관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관위 사무처 입장에서는 법관이 선관위원장이 되면 간섭도 덜 받게 되는 데다 ‘판사인 선관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라는 논리로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민원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총 2961명에 달하는 선관위 직원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큰 선거가 없는 해에는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낮은데, 9급에서 7급 승진까지 걸리는 속도는 다른 공무원들 평균(9년 1개월)보다 4~5년 빠르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 선관위 고위직들이 지방직 공무원인 자기 자녀를 국가직에다 승진도 빠르고 업무 강도도 낮은 선관위로 데려오려 애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