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일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을 열고 내년 총선 전략을 논의했다. 당협위원장은 전국 국회의원 지역구 253곳에 있는 당원협의회의 대표로, 통상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 당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 ‘민생 경제’ ‘실력’ ‘도덕성’ 등을 총선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총선 전망이 밝지 않은데 구체적인 전략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맨 앞줄 오른쪽에서 넷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당협위원장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강대식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서병수 의원. /이덕훈 기자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날 공개 발언 순서에서 지도부를 향해 구체적인 총선 전략을 요구했다. 경기 양주의 안기영 위원장은 “수도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 발전 공약”이라며 “지난 대선 때 내놓은 시도별 공약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책이나 추진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전북 군산의 이근열 위원장은 “민생 경제는 어떤 제도 개혁이나 간단한 법 개정으로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며 “정말 그걸로 민생을 해결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날 참석한 대구·경북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본지에 “당협위원장들은 내리꽂기식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지 걱정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른 원외 위원장은 “종합적 전략도, 구체적인 지역 및 세대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며 “용산 대통령실도 당대표실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많은 사람이 ‘검사 공천하지 않겠느냐’ ‘검사 왕국 된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장담해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실력 있는 사람, 유능한 사람이 공천받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의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공천받아서 당당히 내년 총선 압승을 이끌도록 당대표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도 “공천을 가지고 괴문서가 나도는데 그런 것은 없다”며 “과거에 잘못된 우리 당의 아픈 역사가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호주머니 문제, 직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숙제”라며 “총선에서 우리 당이 꼭 압승해야 대한민국이 정상 시스템을 회복한다는 것을 호소하면 좋겠다”고 했다.

워크숍 강연자로 나선 윤희숙 전 의원은 “총선 준비라 하면 공천 룰을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수의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볼 때 국민의힘은 딱히 진취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보화’로 이어진 보수 정치의 서사가 끊어졌다고 진단했다. 윤 전 의원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적 격차와 갈등도 매우 중요해졌다”며 “약자를 보살피고 사회를 통합으로 이끄는 것이 보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의원과 함께 강연자로 초청된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2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은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듯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민생 안정, 약자 복지 강화, 중산층 복원 노력을 할 것”이라며 “최근 외교로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 대전환 시기를 선도할 자신감 있는 외교 행보로 국민 지지를 얻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여당의 총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총선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부가 구체적인 전략을 다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취약 지지층인 40·50대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승부처인 수도권과 충청, 20·30세대에 대한 맞춤형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