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런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하면서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답변해주신 국무위원들 감사드리고요.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단 잉어 코이./위키백과

막말과 우격다짐으로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속출하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오랜만에 미소와 박수를 이끌어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14일 대정부질문 마무리 발언이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역대 세번째 대정부질문을 마친 김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언급한 물고기 ‘코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물고기인 비단잉어의 일본식 표현이다. 한자로는 잉어 리(鯉)라고 쓰고, 한글 표기는 원래 ‘고이’가 맞는다. 원래 잉어라는 종(種) 전반을 일컫지만, 좁은 의미로는 관상용으로 특화된 비단잉어, 그 중에서도 비단잉어의 본산으로 꼽히는 니가타현에서 길러낸 것을 뜻하기도 한다.

◇ 코이는 일본어로 잉어… 좁은 뜻은 니가타현에서 기른 관상용 비단잉어

일본에서는 비단잉어를 ‘헤엄치는 보석’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상어로 아끼고 있다. 비단잉어 양식으로 유명한 니가타현에 따르면 비단잉어가 관상어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다. 니가타현 일원에서 식용으로 키우던 잉어의 일부가 돌연변이로 색깔을 갖게 된 것이 주민들의 눈에 띄었다. 이를 계기로 연구와 개량이 이어지면서 지금처럼 인기 관상어가 됐다. 특히 니가타현 전체 비단잉어의 45%를 생산하는 오지야시는 일본 비단잉어의 본산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전국에서 온 내로라하는 생산업자들이 모여 잉어 품평회도 연다.

지난해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호수에서 잡힌 괴물 잉어. /Bluewater Lakes Facebook. Euronews

일본인들의 잉어 사랑은 각별하다. 히로시마의 대표적 명승지인 히로시마성의 별칭은 잉어성이라는 뜻의 리조(鯉城)다. 이 성은 1589년에 축성됐다가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1958년 복원됐다. 잉어성이라는 별칭이 붙은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성의 해자에 잉어가 많이 살았다는 것이다. 이 히로시마 지역을 연고로 하는 일본의 프로야구단 이름도 잉어의 영어 이름(카프·carp)를 팀 명칭으로 삼은 히로시마 도요 카프다.

◇ 다른 물고기도 서식 환경에 따라 몸집 확 커지는 경우 있어

실제로 일부 잉어의 경우 살아가는 곳에 따라 몸길이가 최소 8㎝에서 최대 120㎝까지도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런 ‘코이의 법칙’이 언제나 긍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 길러지던 잉어·붕어 등이 걷잡을 수 없는 괴물 같은 크기로 자라나면서 지역 주민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블루워터 레이크에서는 무려 32㎏짜리 거대 잉어가 포획됐다. 온 몸이 금붕어처럼 오렌지색을 한 이 물고기는 일반 잉어와 관상용 ‘코이’의 교잡종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관상용으로 길러지던 소형 금붕어가 현지 호수에 방사된 뒤 엄청난 크기로 자라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미네소타주 번스빌시는 지난 2021년 7월 포획된 거대 금붕어 사진을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금붕어를 호수에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환경에 따른 몸길이 변화가 잉어류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송어 중에서도 바다로 나가지 않고 민물에서 평생을 살면서 동족들보다 몸길이가 절반으로 쪼그라든 물고기가 있다. 바로 화천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물고기, 산천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