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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천 권의 국제법 책보다 대포(大砲) 하나가 더 쓸모있는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21세기에서 대포는 핵무기를 말한다. 대포가 없는 나라가 국제법 천 권, 만 권을 믿고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자기 기만(欺瞞)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국민대 연구실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1990년 ‘조선시대 사색당쟁(四色黨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그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요청으로 그에게 대북 정책을 조언했다./란코프 교수

러시아 출신의 한반도문제 연구자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60)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이다. 올해로 23년째 한국에서 거주하는 그는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1주일간 워싱턴 DC에서 국무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0여년 전부터 매년 2~3차례 워싱턴 DC를 찾는데 이번처럼 한반도 특히 북한에 무관심한 적은 없었다. 워싱턴 조야(朝野)에서 ‘한국의 핵 보유’(이하 약칭 남핵·南核)에 대한 반대가 작년 12월 방문 때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한국의 주권과 독립을 보호하는데 ‘남핵’ 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 남핵을 포기해선 절대로 안 된다.”

◇“국제법 책 만 권보다 대포가 더 중요해”

‘남핵’은 진실로 가능하고 그럴려면 어떤 악조건을 이겨내야 할까? 미국·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마당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자는 이달들어 6차례 란코프 교수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를 했다.

- 올 4월 한미(韓美)의 ‘핵 협의그룹’(NCG)을 포함한 ‘워싱턴 선언’에도 남핵이 꼭 필요한가?

“‘워싱턴 선언’이 대북 억지에 큰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전술핵 재배치와 전략자산 배치, NCG 같은 조치는 모두 ‘속이 텅 빈 예쁜 상자’이다. 한반도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을 보호할 수 있는 핵무기 사용 여부는 미국 대통령 1명만 결정한다.”

2023년 4월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워싱턴 선언' 등을 담은 한미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뉴스1

- 미국이 핵무기로 한국을 보호한다는 약속을 깰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유약한 인물이어서 서울을 지키기 위해 미국 LA나 뉴욕이 핵 공격 위협에 처하게 된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공약(公約)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이 잃을 것은 자신의 국제 위신(威信) 뿐이지만 한국은 국가의 독립과 국민들의 자유와 생명을 모두 상실할 것이다.”

그는 “핵심은 미국 대통령과 안보 엘리트들이 미국 본토가 북한 ICBM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을 지킬 의지(意志)가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했다.

- 왜 미국 엘리트들의 의지를 의심하는가?

“2024년 대선에서도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보라. 중요한 것은 그의 핵심 대외정책인 고립주의(孤立主義)가 미국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이 국내의 고립주의 여론을 무시하고 수 십만~수 백 만명의 미국 시민이 죽더라도 한국을 사수(死守)하려할 지는 미지수(未知數)이다. 미국 본토를 희생할 생각이 없다면, 군산이나 오산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북한이 2017년 4월 15일 김일성의 105회 생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들을 공개했다. 이날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은 ①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이동하며 발사관을 가진 형태 ②바퀴가 16개 달린 발사 차량에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형태 ③무수단 미사일용 이동식 발사 차량을 이용하는 기존 KN-08 ICBM의 개조형 등 3종이다./조선일보DB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2017년 7월 4일(현지 시각)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소식을 전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 워싱턴포스트(위)와 USA투데이(가운데)는 이 소식을 하루 종일 온라인 톱 뉴스로 다루었다. NBC(아래)는 북한 ICBM의 사정권에 알래스카가 들어온다는 그래픽을 보여주었다./조선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美 대통령 1명 ‘결심’에 달린 핵보호 약속

- 당장 내년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런 위험이 가시화될 것인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때 북한이 2차 남침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핵 수단을 북한이 아직 완전히 개발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 좋은 싫든 고립주의는 향후 수십년 동안 미국 대외정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만약에 2030년대나 2040년대에 미국 상황이 어려워지고 고립주의가 고조됐을 때, 김정은은 이를 기회로 보고 미국에 공갈치며 ‘남조선 해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있는 대형 괴물 미사일 개발 등으로 북핵 억지를 꾀하고 있다.

“북한이 조만간 갖게 될 전술핵은 일반 핵무기와 달리 전투장에서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의 첨단 재래식 무기는 하루아침에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다. 전술핵이 권총이라면, 한국의 제일 비싸고 강력한 재래식 무기 조차 물총에 불과하다.”

한국 군 당국이 2022년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개한 전략 무기 ‘현무-5(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8~9t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 등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형 독침 무기’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국방부

◇“2030~40년 ‘남조선 해방’ 명령 내릴 수 있어”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2016년쯤까지는 방어용 수단이었으나 최근 5~7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그들은 첫 단계에서 ICBM을 이용해 미국을 협박해 미국의 전쟁 불참(不參)을 이루고, 그 다음엔 전술핵으로 한국군을 제압한 뒤 한국을 흡수하거나 매우 불평등한 조약으로 자신의 속국(屬國)으로 만들고자 한다.”

란코프 교수는 “ICBM 및 전술핵 개발에 목숨 걸고 매진한 결과 북한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곧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 TV가 2016년 3월 9일 공개한 북한의 핵무기 관련 병기들.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소형화된 핵무기와 운반 로켓을 더 많이 만들고 실전배치된 핵무기를 개량하라"고 강조했다./조선일보DB

- 북핵은 고도화되는데, 워싱턴은 왜 북한에 이렇게 무관심해졌나?

“미국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조차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그들이 북한과 만난다면, 그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관리를 위한 타협 찾기일 뿐이다. 이 타협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에 보상까지 주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의 이런 만남은 미국 내에서 심한 공격과 비난을 받을 것인 만큼, 행정부와 엘리트들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가만히 있으면서 스스로도 믿지 않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슬로건만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핵무기 개발, 즉 ‘남핵’이 가능할 수 있나?

“기술력과 자본만 보면 한국은 매우 짧은 기간에 핵을 개발할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핵개발의 ‘정치성(政治性)’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강력 제동을 걸며 반대할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의 사정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남핵’을 환영하거나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할 경우,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 같은 미국 지도자라면 한국과의 군사 동맹 파기를 위협할 수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8년 9월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시험장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인 일명 '백곰' 발사를 참관하기 전 전시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백곰'은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ADD에서 개발했다./국가기록원-연합뉴스
박정희 대통령이 1978년 9월 26일 ADD 시험장에서 ‘백곰’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앞서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 미 국방부 안보담당 차관보까지 ADD를 찾아와 '백곰'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국가기록원-연합뉴스

◇“中, 한국 정치 개입하고 시설 파괴할 수도”

- 중국이나 북한은 어떨가?

“중국 입장에서 ‘남핵’은 엄청난 전략적인 악몽(惡夢)이 될 것이다. ‘남핵’은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으로 핵 개발 도미노 효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은 남핵에 반대하는 한국 정치인과 정치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핵시설 파괴 공작을 하거나 과학자 암살까지 할 수 있다. 이것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스라엘과 같은 민주국가도 이란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해 시설파괴 공작 등 별 짓을 다했다.”

그는 “한국이 핵개발 선언을 하고 NPT를 탈퇴한다면, 북한이 이것이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라 주장하면서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많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남핵’을 막으려는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 경제가 크게 나빠질텐데.

“그렇다. ‘남핵’의 실질적인 최대 장애물은 한국민들의 불만(不滿)일 것이다.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게 만성적인 경제 위기를 촉발해 무역과 1인당 소득이 급감할 것이다. 남핵을 지지하더라도 갑자기 1997년 IMF 외환위기 보다 사는게 더 나빠지면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들은 반핵(反核) 정치인과 세력을 지지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가 강타한 1997년 12월 11일, 한 국내은행 환전 창구 직원이 미국 달러화당 1771원으로 치솟은 원화 환율을 게시판에 새로 기재하고 있다./조선일보DB
IMF발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초 나라사랑 금모으기 접수 창구 모습/조선일보DB

◇“남핵 추진시 경제 나빠지는 게 큰 장애물”

- 이런 제약들 때문에 남핵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여러 이유로 당분간 한국이 독자적인 핵 개발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유감스럽고 위험하다. 왜냐하면 전 세계가 더 큰 혼란과 위기의 시대로 진입하는 향후 수 십년동안, 한국을 지키는데 핵무기 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 미국내 친한(親韓) 인사들을 활용하면 어떤가.

“미국 엘리트층에도 한국 남핵파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이들 조차 공개적인 NPT 탈퇴와 핵개발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NPT 탈퇴 및 핵 개발에 눈 감는다면 미국의 국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란코프 교수는 “미국의 장기적인 국가이익과 많은 전문가, 엘리트들의 속마음을 종합하면 미국의 반(反)남핵 태도는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미관계는 일시적으로라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열병차에 올라 사열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병장에는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 등 지상 주요 전력이 대거 배치됐다./연합뉴스

- 그렇다면 지금부터 한국의 리더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이 NPT 탈퇴선언과 핵 개발을 전격 추진할 경우, 불어닥칠 국내외 압박을 견뎌낼 능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바로 지금 남핵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조심스럽게 ‘남핵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필요한 연구도 하고, 나중에 쓸 수 있는 자료까지 조용히 치밀하게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은밀하게 준비하다 NPT 탈퇴 전격 선언해야”

그는 이어 말했다.

“남핵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한국 좌파와 우파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지 않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현대사를 보면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보수파도, 진보파도 갈수록 위험해지는 국가안보 상황을 감안해서 남핵 문제를 선거용 선전(宣傳) 도구나 정치 투쟁[政爭]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 남핵 성공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수 년 동안 아주 은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다가, NPT 탈퇴를 전격 선언하고, 몇 년 정도 경제·외교적 시련을 견디고 나중에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묵인받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국익(國益)을 생각하면 이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물론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핵무기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 작년 5월 취임후 13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학점으로 평가한다면.

“A0 또는 A-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한일(韓日) 관계 정상화 같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문제를 대체로 잘 추진해 왔다. 좌파에선 윤 정부를 반중(反中)이라 비판하지만, 윤 정부의 실제 대(對)중국 정책은 신중하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신(新)냉전 시대여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생겼다.”

- 윤석열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과의 지나친 강대강(强對强) 국면의 지속이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계속되는 강대강 국면은 무력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크고작은 사고가 생겨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보다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이 점은 최근 보완된 것 같다.”

- 최근 한중(韓中) 외교가 충돌 양상을 보이는데.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만찬 회동 사건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안보가 경제보다 더 중요해진 새 시대에 한국은 어느 정도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뺄 수 밖에 없다. 멀어지는 한국에 대해 중국은 한국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세력권에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3년 6월 16일 오후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 있는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자유와 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등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6월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에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中은 한국에 심한 압박과 내부 간섭할 나라”

란코프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

“지금의 중국 정치 엘리트들은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들이 패권국 중국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강대국들 가운데 중국이 예외적으로 심하다. 중국의 자만심, 대국(大國)주의는 중국 외교의 특징이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의 전랑(戰狼·wolf warrior) 외교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미·중 대립이 심화하면서 한국은 갈수록 넓은 도랑에 빠질 수 있다.”

- 여기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게 첫 번째이다. 중국은 한국의 안전을 보장할 능력도 의지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한국에 매우 심한 압박과 내부 간섭까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마찰이나 위기를 일부러 첨예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대중 외교에서 신중함(prudence)을 유지하라는 조언인가?

“그렇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중국을 대할 때 접근을 다르게 해야 한다. 시끄럽게 반응하고 많은 공격과 비판을 가해도 일본은 타협을 찾으려 한국에 대부분 양보했다. 미국도 비슷했다. 그러나 중국은 거꾸로 강하게 반격한다.”

그는 “중국은 자신과 평등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세계의 5~6개국 안에 한국을 아직 넣지 않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023년 5월 미국 워싱턴 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토론하고 있다. 그의 옆에 푸른 색 옷을 입은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이 앉아 있다./란코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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