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 배제는 올 수능을 두 달여 앞두고 치러지는 9월 모의평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교육비 절감 방안 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앞으로 ‘공정한 수능’ 평가가 되도록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학교수도 풀지 못할 정도로 문제를 배배 꼬는 사안이 많았는데, 이런 것들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별력 논란에 대해선 “좋은 평가자들이 좋은 문항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변별력이 가능하고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모의평가부터는 경제나 과학 등의 전문적인 용어가 다수 등장하는 비문학 국어 문제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교과 융합형 문제 등은 출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에 대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비 측면에서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이날 “지난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다. 그는 “오랜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한편 당정은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었다. 교육계 안팎에서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을 강조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은 하향 평준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