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제3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선주자와 지역 기반이 없는 신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지난 6월 26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가진 ‘한국의 희망’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고 있으나 당의 주요한 골격은 최진석(64)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초빙 석학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가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학자인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발기인 대회 하루 뒤인 6월 27일 서울 마포 창준위 사무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염치없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현 정치를 비상상황으로 받아들였다”며 “민주화 다음의 비전을 ‘선도국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50석 이상이 목표로 시대가 제3당을 부른다”고 강조하며 기존 정당과의 차별점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9월부터 정치학교를 운영하는데 마지막 희망을 교육에 거는 수밖에 없다”며 “교육받아야만 당원이 되거나 공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우선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잇달아 추진되는 신당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당 체제에 염증이 났으면 다당제로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며 “당이 좀 많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이제 철학자에서 정치인으로 완전히 바뀌는 것인가.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이 세상에 던져진 한 명의 자유인일 뿐이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면 나와 우리를 위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는 사람이다. 지난번 안철수 대선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한 번 더 연장되면 대한민국이 절단났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단일화가 급하다고 생각해서 단일화를 성공시켰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 당명을 '한국의 희망'이라고 정한 이유는. "한국 사회는 한계에 갇혀 있다. 이 한계를 돌파해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올라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번영을 지속할 유일한 길이다. 한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당명을 정했다. 염치없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현 정치를 비상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화 다음의 비전이 제대로 설정된 적이 없다. 우리는 민주화 다음의 비전을 '선도국가'라고 생각한다."

- 기존의 양당 정치인들을 교육해서 바꾸면 어떨까. "기존 양당에 익숙한 사람들은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사람은 고쳐쓰기가 굉장히 어려운 동물이다. 그래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직업이든지 그 직업을 가지기 전에 교육을 받는다. 현업에 종사할 때도 꾸준히 교육을 받는다. 유일하게 직업을 선택하기 전이나 혹은 현업에 있을 때 교육을 안 받는 직업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한국의 희망'은 9월부터 정치학교를 운영한다. 교육받지 않고 기본 소양이 되지 않은 사람은 정치에 들어오면 안 된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근본 토대가 무너진 정치인들에게 이 나라를 맡겨서는 추락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희망을 교육에 거는 수밖에 없다."

- 교육을 이수해야만 공천받을 수 있나. "교육받아야만 당원이 되거나 공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경우에 따라 우선권이 있을 것이다. 이미 당 발기인을 받을 때부터 기본 소양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내가 인재 양성기관인 건명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새말새몸짓 기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기관 졸업생들이 최소한의 기본 소양은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창당에 많이 참여시켰다."

- '과학기술'을 강조해왔는데 철학자로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학기술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이다. 주관, 그러니까 감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감성 정치로 일관했다. 집단이 공유하는 어떤 감성에 집착했다. 진영정치는 과학정치가 아니다. 과학정치는 세계를 감성적으로 보는 것을 지양하고 과학적·객관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과학적 태도가 감성적인 믿음과 얽혀 논의를 아주 엉뚱하게 끌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당의 주축을 이루는 양향자 의원은 과학기술인으로 이름을 얻었다. '한국의 희망'은 과학기술 높이의 사고력을 중시할 것이다. 당에도, 나라에도 과학 기술인들이 많이 포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사구시는 과학기술인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더 잘 이뤄진다."

- 양향자 의원이 직접 영입을 설득했나. "과학기술과 기업을 중요시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평상시부터 관심이 있었다. 양 의원이 내 책도 많이 보고 강연도 아주 많이 들었다. 이러던 중에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발견했다. 정치가 국가를 다 좌우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창당을 하자고 거의 동시에 의견이 나왔다."

- 양 의원에게 국민의힘에 가서 공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이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에 가서 공천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 의원에게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진짜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물어봤다. 진짜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 양 의원이 현실정치에 한계를 많이 느꼈나. "한계와 실망을 느꼈다. 삼성에서는 의사결정과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우리 정치는 아직 3류다. 합리적으로 돌아가던 기업에서 훈련받은 사람이 볼 때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나. 평소 우리 정치가 후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 지금 무당층이 30%다. 이들은 제3지대를 대안으로 생각할까. "현실정치를 시작하면서 대중들의 반응과 기대를 소홀히 할 수는 없으나 그보다는 이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무슨 물건을 만들 때 사람들이 이 물건을 좋아할까를 의식하면서 만들기도 하지만 이 물건이 소비자를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도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치적 계산은 우리가 창당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 당이 무당층을 흡수하느냐 아니냐보다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 향후 국민의힘·민주당과의 연대나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한국의 희망'은 시대의 급소를 정확하게 잡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덤빈 정당이다. 권력을 잡기 위한 연대는 고려할 필요가 없으나 정책을 놓고 다른 당과 공감대가 생기면 같이할 수 있다. 정책이나 방향성이 같지 않은데, 당선 더 시키려고 연대하거나 연합하는 것은 한국 정치를 한계에 이르게 했던 일들이다. 한국 정치를 살리겠다는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다시 한다면 자살행위다. 우리가 창당을 한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 '한국의 희망'은 기존 양당과 무엇이 가장 다른가. "가장 다른 것은 사람이다. 다음으로 삶과 정치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만 참여할 것이다. 기존 정당은 기능적 대응력만 있지 소양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기능을 잡느라 본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가지고 기능을 통제할 것이다. 다음으로 과거와 결별하고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이 분명하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가 '이제는 건너가자'이다. 지금까지는 정치인들의 선의에 의존하는 정치였다. 그런데 전부 배신당했다. 정치인들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 블록체인 정당으로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겠다."

- 블록체인 정당을 이야기하는데, 블록체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플랫폼을 블록체인으로 만들어 당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인가. "블록체인의 장점은 투명성이다. 그다음은 안정성이다. 의사결정 단계마다 투명하고 탈중앙화하고 안정된 시스템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당비 사용을 모두 공개해 투명하게 하겠다. 당원들의 활동이 모두 기록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총선 공천을 한다."

- 제3당은 성공한 적이 없지 않나.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당을 볼 때 국회의원 의석수로만 본다는 것이다. 누구나 제3당은 성공한 적도 없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성공이 무엇이냐 물으면 집권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정당은 대통령 제조 공장으로 전락했다. 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없으면 빌려오거나, 당을 쪼개기도 한다. 이념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합치기도 한다. 집권하지 못하면 다 실패자로 간주한다. 일류대학 합격하지 못한 학생은 바로 실패한 학생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 11년 된 정의당이다. 정당들의 평균수명이 아마 5년도 안 될 것이다. 장관 평균 수명도 1년이 안 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국가 운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다. 대의제는 정당인데, 제대로 된 정당이 없다. 그 이유는 결과만 따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집권만 있는 정당과 정치인은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하고 정치공학적인 생각만 한다. 11년 동안 의미 있는 정치인으로 있고, 교섭단체까지 만들어 본 안철수 의원까지도 실패한 정치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누구는 머리가 빨라서 성공하고, 누구는 머리가 빨라서 실패한다. 제3당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시대가 제3당을 부르고 있다."

- 현재의 소선거구제에서 제3당은 어렵지 않을까. "시대가 창당을 필요로 하면 창당을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안 하는 것이다. 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양당 체제에서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수 있을까? 지금의 정치가 만족스러운지 묻고 대답을 들어보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 때 제3당 요구가 가장 강력하게 분출되었는데, 그 요구는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본다."

-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조정훈 의원의 시대전환 등과 함께 갈 수도 있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냈으면 다당제로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제3당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당이 좀 많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정당들이 의석수와 관계없이 공존할 수 있다. 양당제에서 서로 이전투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당들이 서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몇 개의 정당들이 공존하면서 정책연합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정적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를 공고한 양당체제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 목표 의석은. "의석수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국민들이 주는 선물이다. 선물받을 사람들이 '얼마 주십시오'라고 선물의 양을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의 기대는 50석 이상이다."

- 본인 역시 출마할 생각인가. "없다. 당의 요구와 결정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저보다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내 제자들에게 기회가 가야 한다."

- 윤석열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은 옳다고 생각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한 것 중 가장 잘못한 것은 ‘국가’보다는 ‘민족’ 관념을 중심에 놓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켈로부대 장병이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았다고 하더라. 국군을 높이는 일은 소홀히 하고 빨치산을 높이는 일은 열심히 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싸운 사람은 폄하하고 대한민국을 적으로 놓고 싸운 사람은 우대했다.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던 사람이 쓴 글로 국정원 원훈석을 바꾸는 일까지 있었다. 이것을 윤 대통령이 다시 바로잡고 있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