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조금 시기는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틈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조사가 하나 있다. 2021년 6월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와 영국 킹스칼리지 정책연구소는 ‘세계 문화 전쟁’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22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여러 층위의 ‘갈등’에 관해 28개국의 성인 남녀 2만3004명에게 물었다.

한국의 결과는 어땠을까.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 사람이 87%로 28개국 중 1위다.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질문에도 91%가 수긍해 1위다. ‘남녀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사람도 80%로 가장 많아 1위다. ‘대학 졸업자와 아닌 사람과의 갈등이 있다’는 사람도 70%로 1위다. ‘빈부격차로 생긴 갈등이 깊다’는 사람도 91%로 1위다. ‘세대 간 갈등이 심하다’는 사람도 80%로 1위다. 이쯤되면 한국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나라다.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건 알고리즘이다. 컴퓨팅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유튜브의 경우, AI인 ‘유튜브 봇’이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게 알고리즘의 작동이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은 우리를 어떤 세계관 안에 가둬 버리고 극단화시키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 “알고리즘은 사악하다.”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2021년 페이스북의 대외비 자료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청문회 때 한 말이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분열, 그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길래 저런 평가를 들어야 했던 걸까.

유튜브 첫 화면 17개 콘텐츠 어떻게 바뀌나

1985년생 A씨와 B씨. 어느 한쪽의 정치 진영에 쏠리지 않은 이 두 사람은 유튜브에 접속했다. 두 사람은 모두 ‘윤석열’을 검색한다. 현 대통령은 이들에게 가치중립적인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각자의 검색이 시작되고 콘텐츠를 볼 차례가 왔다. 보수에 살짝 관심이 있던 A씨는 윤 대통령을 다루는 보수 채널의 콘텐츠를, 진보 의견이 궁금했던 B씨는 진보적 채널의 섬네일을 클릭했다. 그렇게 둘은 한 달간 매일 1시간씩 유튜브 삼매경에 빠지기로 했다. 두 사람 다 매일매일 모니터 첫 화면에 비치는 17개 콘텐츠 중 광고를 제외한 정치 콘텐츠 중 마음 가는 대로 클릭해보기로 했다.

첫날 A씨의 화면에는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콘텐츠들로 가득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 예고편부터 백종원씨가 등장하는 예능, 저명한 교수의 인공지능 강좌 등이 나열된 이곳에서 ‘윤석열’을 검색했고, 그렇게 8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우파 유튜버 ‘성제준TV’의 콘텐츠들을 처음 만났다.

다음 날 접속한 유튜브 첫 화면은 전날과 사뭇 달랐다. 슬금슬금 보수적 콘텐츠들이 모니터에 속속 등장했다. 성제준TV, 고영신TV 등의 콘텐츠가 잡혔고 보수매체의 뉴스도 추천됐다. 하루 만에 첫 화면에 등장한 보수 콘텐츠는 7개, 3일째는 10개, 4일째는 14개가 잡혔다. 사실상 첫 화면 대부분이 보수 콘텐츠로 가득 찼다.

B씨는 어땠을까. ‘무한도전’, 게임 등 정치와 무관한 그의 첫 화면을 뒤로하고 ‘윤석열’을 검색해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의 채널과 마주했다. 진보 콘텐츠를 시청한 다음 날 그의 첫 화면에는 6개의 진보 콘텐츠가 걸렸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새날 등이 만든 콘텐츠에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만든 다큐까지 걸렸다. 3일째는 9개, 4일째는 11개, 5일째는 13개의 진보 콘텐츠를 첫 화면에서 만났다.

A씨와 B씨는 주간조선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1985년생의 남자로 설정해 순백의 상태에서 한 달간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했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그들 모니터의 화면은 점점 한쪽 진영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갔고 그러기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요즘 많이 쓰는 알고리즘이 딥러닝 CNN 기반 모델인데 구글도 이걸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다. 콘텐츠를 벡터화(컴퓨터가 읽을 수 있게 숫자 형태로 변환시키는 것)하고 사람을 벡터화해서 클릭률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작업인데, 결국 클릭을 더 하도록 하는 게 알고리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말한 CNN은 신경망 모델의 하나로 이미지 처리에 유용한 방법이다. 컴퓨터에 이미지 정보를 입력했을 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픽셀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의 특징만을 추출해 학습한다. 컴퓨터가 수행해야 할 연산이 줄어들게 되니 이미지나 동영상 처리에 CNN을 사용할 동기는 충분한 셈이다.

2022년 기준으로 유튜브를 한 번 분석해보자. 월 143억명이 방문해 하루 평균 19분을 이곳에서 소비한다. 매 분마다 69만4000시간의 동영상이 스트리밍된다. 인터넷 사용자의 81%가 유튜브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매달 평균 23.7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내는 데 쓴다. 어마어마한 세상이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콘텐츠를 본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거짓말에 가깝다. 유튜브에서 재생되는 콘텐츠의 70%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선택된 것이다.

초창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꽤나 소박했다. 유튜브 창업자인 자베드 카림에 따르면 2005년 만들어진 초기 알고리즘은 조회수가 가장 많은 동영상을 추천하는 것이 전부였다. 2012년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을 조정하는데, 각각의 콘텐츠를 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 등을 알고리즘에 포함했다. 더 오래 볼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머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블룸버그의 테크전문기자인 마크 베르겐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시청시간 최적화 알고리즘은 게임이나 뷰티, 팟캐스트 등 현재 유튜브와 연결되는 것들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좋아요’ ‘싫어요’와 같은 사용자 만족도가 알고리즘에 포함된다. 긍정과 부정을 사용자가 표시하는 건 특정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줄 수 있는 데이터다. 알고리즘이 개인화되는 밑거름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리고 2016년 유튜브는 훨씬 더 개인적으로 작동하는, 지금과 같은 인공지능이 결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세상에 공개한다.

통할 생각 없고 통하지도 않아

A씨와 B씨처럼 두 진영으로 갈린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한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고도로 개인화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한 개인이 유튜브에서 경험하는 것이 또 다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장은 “만약 다른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유튜브 첫 화면을 모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을 거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하나의 현실에서) 옆에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둘로 갈린 극단의 양 진영은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 상대 진영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주간조선은 구독자 수가 많은 보수와 진보 채널 한 곳씩을 선택했다. 보수에서는 구독자 181만명을 보유한 ‘진성호방송’을, 진보에서는 131만명을 확보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정해 두 채널 중 한 곳이라도 댓글을 단 이용자 1545명의 사회관계망 분석을 해봤다. 분석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사이람’의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넷마이너’를 활용했다.

은 두 채널 이용자의 사회관계망 분석을 이미지로 만든 결과물이다. 위쪽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이용자들, 아래쪽은 ‘진성호방송’의 이용자들이다. 1545명의 이용자들은 자신들 본진에서만 두텁게 머무르며 댓글을 달아가며 소통한다. 두 진영을 잇는 희미한 연결선은 소수의 사람만이 두 채널 모두 방문해 댓글을 달았다는 걸 뜻한다. 두 채널에 댓글을 모두 단 사람은 총 7명인데 전체 댓글을 단 이용자의 0.45% 수준에 불과하다. 양 진영은 서로 통하지 않고 통할 생각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그림이다.

개인이 한쪽의 극단적 논리에만 관심을 갖고 이를 어렵지 않게 수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뇌과학자에게 물어봤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똑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경험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보길 기대하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일종의 집단이 생기고 소속감이 만들어지며 더 강력한 연대가 이뤄진다. 이렇게 연대가 완성되면 이들은 자신이 가진 세계관을 서로에게 확증하는 ‘확증편향’이 점점 강해지는 형태의 증폭을 경험한다.”

장 대표는 “뇌는 중간값 정보보다 극단의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왜냐면 극단의 정보는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위험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서다. 뇌는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5배 정도 더 강하게 반응한다. 그는 “긍정적인 소식은 접하지 않더라도 내가 살아남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부정적인 것은 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 주장이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양 진영은 서로를 배척하며 귀를 막는다. 같은 인물과 주제를 두고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린다. 내가 속한 집단의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매긴다.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보수에서 구독자 수가 많은 두 곳의 채널(진성호방송, 배승희 변호사), 진보에서 두 곳의 채널(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새날)을 고른 뒤 6월 19일 기준 해당 채널에 올라온 최신 영상들에 달린 댓글 1000개씩, 총 4000개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9242개의 명사를 추출했다.

‘윤석열’과 ‘이재명’을 향한 악마화 댓글

양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윤석열’과 ‘이재명’은 4개의 채널을 살펴봤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보수 채널들 댓글에서는 이재명이 476번, 진보 채널들 댓글에서는 윤석열이 280번 등장했다.(별도로 ‘대통령’도 193번 나왔다.) 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중심으로 펼친 말풍선들이다.

‘파이팅’ ‘응원’ 같은 단어는 보수·진보 양쪽 채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지만 자기 진영 정치인에 대해 던진 말일 뿐이다. 표현의 대상이 다르다. 보수 채널에서 이 대표에게 가장 많이 붙인 단어는 ‘구속’, 진보 채널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탄핵’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

보수 채널을 톺아보자. ‘구속’ 외에도 ‘패륜’ ‘사기’ 등의 단어가 이 대표와 함께 쓰인다. 댓글 상당수는 악플을 넘어 상대를 적대한다. 어느 정도인지 그대로 볼 필요가 있기에 댓글을 정제하지 않고 싣는다.

‘동훈아 개죄명 즉시 긴급체포 구속 시키시오’ ‘돈봉투당 이재명 문재앙 모두 구속시켜 박살 내세요’ ‘폐륜은 이죄명인데’ ‘폐륜백과사전 이재명 정말 적절하고 멋진 말입니다’ ‘죄명 지가 패륜인지 모르는 모지리입니다’ 등에서 보듯 격하다.

‘사기꾼 별종 선동꾼 이죄명 국민들은 안 속는다’ ‘이재명 이름 석자 들어가면 모든 게 사기쇼이다’ ‘사기꾼 이재명 쉽게 안가지요 발악 꼴깝 육갑 부끄러움이 없어요’ 등 ‘사기’란 단어가 들어간 댓글도 그 세기가 만만치 않다.

진보 채널은 보수 채널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윤석열’이 포함된 댓글에는 ‘탄핵’ 외에 ‘조작’ ‘책임’ 등의 단어가 발견된다. ‘검사독재정권 타도와 윤석열 탄핵’ ‘미친짓이다 후쿠시마 핵폐기물 방류 윤석열 탄핵하라’ ‘윤깡통 1년 남았어요 총선 후 탄핵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등 탄핵은 이쪽 진영의 주요 키워드다.

‘윤석열은 거짓말과 조작 그리고 협박으로 저 위까지 올라갔네요’ ‘감사원이 조작 감사로 윤석열 정권 하수인 역할을 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정부 잘못하면 첫째 거짓말 안 되면 둘째로 전 정부 탓 그래도 안 통하면 셋째로 검찰 동원해서 언론 조작’ 등 ‘조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도 많다.

동질 집단끼리 확증편향이 강해지는 건 그렇다쳐도 댓글의 내용을 보면 이미 상대를 악마화했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런 양극화는 민주주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상대 진영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 보게 되는 정서적 양극화가 나타난다. 이념의 차이를 느끼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타도해야 하는 적으로 인식하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이런 양극화의 영향이 정치적인 영향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도 침투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2020년 한국정치학회보 제54집 5호에 게재한 ‘당파적 양극화의 비정치적 효과’라는 논문에서 당파적 양극화가 비정치적 영역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 연구했다. 그는 논문에서 “지지 정당과 상대 정당에 대한 호감도의 차이가 가장 극단적인 사람의 경우 호감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사람에 비해서 내 집단 편애, 집단 우월감, 비정치적 편향이 높다”고 지적했다. 극단에 서 있는 사람일수록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도덕적·지적 능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정치의 양 끝단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갈등은 정치 영역 안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다.

지난 2월 27일 국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에코체임버’ 대신 너른 광장으로 나가는 법

전문가들은 같은 세상을 바라보며 이렇게 틀에 갇힌 사람들을 ‘에코체임버(Echo Chamber)’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에코체임버는 원래 방송 등에서 인공적으로 메아리(에코)를 만드는 방인 반향실(反響室)을 뜻한다. 장동선 대표는 “내가 만든 에코가 다시 내게 돌아오고 또다시 돌아오고, 그래서 잠깐 검색했던 정보 등이 무한 증폭해 내게 보여지는 현상이 에코체임버”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에코체임버를 두고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노출돼 이념적으로 좁은 콘텐츠를 보게 될 때 에코체임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체임버(방)라는 폐쇄적 공간을 깨고 너른 광장(廣場)으로 나올 수 있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유효한지는 여전히 정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현실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쪽이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시대에 시민과 정치 참여자들의 수요를 정당이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하니 팬덤이 극단적으로 조직화해서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정당이 역할을 못하니 특정 개인(유튜버)에게 위탁하고 싶은 거다.”

지난 3월 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반대쪽 이야기를 들으며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도 꽤 효과적일 수 있다. 장승진 교수가 준 힌트를 보자. 장 교수는 “보수 유튜브를 보면서 보수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게 되고 민주당을 싫어했던 사람이 있는데 진보 유튜브를 함께 보게 되면서 그런 극단이 꽤 완화됐다. 이 사람의 1년 뒤 시청패턴을 보면 보통의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한쪽 이야기를 편중해 듣는 ‘그 상황’이 문제라는 얘기다.

현실과 별개로 알고리즘 자체의 변화를 원하는 흐름도 있다. 알고리즘에 ‘망각’을 도입하면 개인화된 맞춤 콘텐츠들이 어느 시기에 ‘리셋’될 수 있다. 김덕진 소장은 “과거 페이스북의 내부 폭로가 있었을 때 나왔던 이야기는 ‘사람처럼 알고리즘이 까먹게 하자’는 것이었다. 사람이 기억을 잃듯 알고리즘의 기억도 의도적으로 잃게 하자는 거다. 이런 것처럼 내 데이터에 대한 기억 기간을 법적으로 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을 건드려 다른 걸 보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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