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20) 상병 사건을 조사해 온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지휘부의 명령을 무시한 채 채 상병 사망에 대해 지휘관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내용을 경찰에 임의로 이첩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구체적 혐의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만큼 사건 기록 이첩을 일단 미루라는 지시에 항명했다”고 밝혔다.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항명과 수사 책임자 보직 해임으로 번지자 일각에서는 군 지휘부가 책임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망 관련 조사 내용을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고,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과 국회 설명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갑자기 취소했다. 수사단의 보고 내용에는 사고 발생 경위와 함께 채 상병이 수색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부대 지휘관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 자료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법제상 구체적인 수사는 경찰에서 해야 하는데 해병대 수사단이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하는 등 월권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관련 범죄라고 하더라도 사망 사고, 성폭력 등은 군 사법기관이 아닌 일반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시에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2일 조사 내용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자 군은 이를 항명으로 보고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또 경찰에 이첩된 사건 기록 반환을 요청해 회수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군 당국이 군기 위반 행위가 있었다며 자료 반환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군 지휘부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수사단의 수사 내용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안에 들어가 다른 장병들과 인간띠를 만들어 실종자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14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무리한 구조 작업 투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채 상병 부모는 장례를 도와준 해병대와 해병대전우회에 감사 인사를 하며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