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정기국회가 열린다. 국회 회기 중에 무슨 그런(당대표가 사퇴한) 적이 있었나. 국정감사하고 예산 심사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나. 0.01%도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장성철이 이재명을 어떻게 아나.”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0월 퇴진설’을 두고 이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이 “사실무근”이라며 주간조선에 내놓은 답변이다. 이 대표의 10월 퇴진설은 지난 7월 28일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10월에 퇴진할 수도 있다”며 “대신 K의원을 밀기로 40여명의 의원이 뜻을 모았다”고 발언하며 촉발됐다. 이에 대한 앞서의 이 대표 측근 의원의 말을 요약하면 둘은 일면식도 없거니와 현 여건을 고려했을 때 사퇴 가능성 또한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측근 의원은 “지금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할 때이고 그러나 그(이재명 대표)도 본인이 전면에 섰을 때 총선을 이길지 질지는 또 고민해야 하고 여러 가지 여론을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의 이야기들을 고려했을 때 10월 퇴진설의 진위와 발원지는 명확하진 않다. 다만 이 측근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 거취에 대한 당내 고민이 본격화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 대표의 퇴진은 당대표 임기 내내 여야를 막론하고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등이 불거질 때마다 거론됐던 의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퇴진설에는 기존까지 흘러나온 퇴진설과는 다른 점이 있다. 퇴진 시점 외에도 ‘K의원’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이 거론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K의원은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 대표 체제 리더십에 한계가 분명 있고 이제는 그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과거보다 확대됐다는 방증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 외부 인사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10월 퇴진설’ 한마디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 비대위 가동 가능성 등 당 체제 전반에 대한 여러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며 당 전체가 술렁이는 양상이다.
관건은 이달 8월이다. 이 대표가 거취를 둘러싼 이 같은 설왕설래 속에서 어떤 식의 정치적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가 자신의 입지를공고히 할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을 얼마만큼 설득력 있게 내놓느냐에 따라 이 대표 자신과 당의 명운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1주년 발맞춘 비명계 움직임
8월은 이 대표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시점이다. 당대표에 취임한 지 1년(8월 28일)이 되는 달로 지난 임기 중 공과에 대한 날 선 평가도 받아들어야만 한다. 비명계 측에선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상황을 예견한 건 아니었지만, 한때 이 대표 취임 1주년에 발맞춘 퇴진 압박 카드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월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익명을 전제로 “8월 말이면 이 대표가 당대표를 한 지 1년이 되는데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측근 구속에 내로남불식 당 운영만 지속했고 한 게 뭐가 있나, 참을 만큼 참았다는 식의 여론을 퇴진 논의에까지 쭉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 7월 19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지난 1년을 두고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이 대표 체제를 반대해왔다. 그의 사법리스크가 당에는 부담이 되고 이 대표는 정당을 사법 방패로 앞세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고 민주당은 그의 ‘사설’ 정당이 됐다”고 평가했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당시 공약만 보면 이 대표는 크게 ‘미래형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의 민주당’ 등 다섯 가지 약속을 앞세웠고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지난 1년 동안 그 어떤 것도 명확히 이뤄내지 못했거니와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강조한 ‘민생’ 또한 사실상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당내 크고 작은 이슈들과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이렇다 할 역점 정책도 내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8월 말에 접어들수록 앞서와 같은 평가는 당 안팎으로 팽배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10월 퇴진설과 맞물릴 경우 이 대표 체제에 큰 부담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변곡점 또한 8월이 될 거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이것이 당에 미치는 악영향들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일찍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8월 중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점쳐졌다. 7월 임시국회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8월 1일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정당법 위반 혐의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이뤄졌다. 국회 비회기에 이뤄진 구속영장 청구임에 따라 이들 의원들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구체적으로 8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오는 8월 16일 이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또 한 번 밟게 되는데, 그 과정만으로도 당은 내홍에 휩싸일 여지가 크다. 지난 7월 18일 당은 우여곡절 끝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조건부를 붙였다. 당내에선 표결에 앞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정당성’ 공방부터 벌일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에서 기명투표로 바꾸자는 당내 제안이 나오면서 이미 친명·비명 간 신경전이 상당한 상황이다.
합의점을 찾는다 해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지난번처럼 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13일에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나”라며 “무조건 가결시키겠다고 약속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당내에서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당시 이들 표는 가결과 무효, 기권으로 분산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31명이 모두 지난 7월 13일의 선언문 내용에 따를 경우 가결에 더 큰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표결 결과 총 297표 중 가결은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우리가 회기를 연장하겠다고 해도 민주당은 회기를 일찍 종료하자고 하더라”라며 “회기 중 이뤄질 체포동의안 표결이 되레 당 갈등을 심화할 거라 보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8월 8일엔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관건은 이날 그가 내놓을 발언들이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진술에서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하기로 한 사실을 사전 보고했다”며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당 인사들이 이 전 부지사 접견을 시도한 것도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때문 아니냐는 시선이 강하다.
혁신위로 활로 개척 후 2선 후퇴?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우선적으로 혁신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개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혁신위를 출범시키며 전권을 위임했고, 혁신위장직에 자기 사람을 내정하려다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혁신위는 김은경 혁신위원장 체제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 대표 체제에 대해선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혁신위는 앞서의 체포동의안 기명투표를 제안한 데 이어 지난 5월 확정한 공천룰 개정 의사를 최근 피력하는 등 강한 친명 색채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위가 언급한 공천룰 개정안이 사실상의 비명계 공천 배제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당은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혁신위가 언급한 개정안은 당 국민응답센터에서 응답 기준을 충족한 ‘제22대 총선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개정 청원’을 말하는데, 전체 내용을 보면 ‘현역 의원 물갈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비명계 측에선 ‘현역 의원 평가 시 선출직공무원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전국 권리당원의 의견을 50% 반영하자’는 취지의 항목을 의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이제는 이 대표가 개딸의 권리당원 움직임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권리당원을 통제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전권형 혁신위원장 체제이다. 이 대표로서는 혁신위를 앞세워 자기 손엔 피 안 묻히며 칼을 휘두르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그 후엔 2선으로 물러나 총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7월 이낙연 전 대표 행보를 두고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지적하면서 내홍을 자초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선 노인 폄훼 발언, 호칭을 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급 등으로 연일 지탄을 받다 보니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또한 난감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위원장의 정무감 부족과 실언이 되레 이 대표의 10월 퇴진설을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속 거론되는 이낙연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28일 두 차례 연기 끝에 이뤄진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당의 단합”을 강조한 이 대표와 달리 “당의 도덕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당부하며 극명한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당내에선 그의 등판이 당을 대선 경선 ‘2라운드’로 이끌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비명이든 친명이든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총선 패배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가 당장 나와야 한다는 쪽과 지금은 무리라는 쪽으로 갈리는데 총선이 끝나고 ‘이제는 진짜 아니지 않냐’는 지지자들 요구에 못 이기는 척하고 나오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8월 중 전남·전북·부산 등에서 외교·통일 분야 강연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이 당장의 정계 복귀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대선 이후부터 민주당은 1년이 넘게 ‘이재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또한 자신이 불러온 리스크에서 당을 구해낼 과감한 행보를 보이질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정치적 분수령을 맞이한 8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물밑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