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한 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7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 준비에 대해 “새만금 잼버리를 준비했던 이들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됐다”며 “조직위원회 수장은 여럿이라 준비에 대한 각자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함 전 총재는 이날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한 사람으로서 부실 잼버리를 보니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다. 3선 의원 출신인 그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지내면서 새만금 잼버리 유치전에 나섰고, 2017년 8월 유치가 확정된 뒤엔 대회 초기 준비를 담당했다.
그는 “새만금 잼버리 유치를 한 선임자들과 후임자들 간에 업무 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조직위원회가 우리 같은 선임자들을 조금 활용해도 되는데, 선임자들은 전혀 활용을 안 했다”고 했다. 선임자 중엔 정치인들도 있다보니 접촉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노하우 전수나 준비 진행 상황에 대한 인수 인계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함 전 총재는 “조직위원회 수장이 5명이나 되니 서로 미루다 일이 안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이다. 1991년 강원 고성 잼버리는 강원지사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두 사람이 주축이 돼 조직을 꾸렸다고 한다.
그는 “현장에 가서 보니 화장실, 샤워실 등 준비가 엉망이라 조직위 관계자에게 ‘여보 이걸 어떻게 이렇게 했어’라고 물으니, ‘준비하라는 대로 한 것’이라고 변명하더라”고 했다. 그는 “인력과 예산이 다른 부처에 비해 적은 여성가족부가 잼버리 주무 부처인 것도 부실 준비의 원인”이라고 했다.
함 전 총재는 “2017년 8월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확정되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나에게 격려 전화를 해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예산과 기반 시설 지원을 확실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도 2023 세계 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는 “새만금 부지에 잼버리 야영을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야영지에 나무도 심고 성토 작업도 하고, 상하수도·배수 시설을 확실히 하겠다고 했는데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아 이번 잼버리 때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전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예산이 코로나에 집중됐고, 코로나 기간에 ‘과연 잼버리가 열릴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 준비가 부실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함 전 총재는 “잼버리는 전세계 청소년을 한국에 우호적으로 만들고, 우리 기업들의 잠재적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고 했다. 그는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늦게나마 정부가 총력 동원되고 기업에 종교계까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등 ‘코리아 잼버리’로 바뀌고 있다”며 “잼버리에 참여한 세계 청소년이 한국을 떠날 땐 그래도 좋은 추억을 갖고 갈 수 있게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