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새만금 세계잼버리 야영장 일부가 대회 개최를 보름 앞두고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봤다. 저류지 주변으로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보인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주최 측이 야영장 침수 대책 마련을 위해 개막 1년 전부터 회의를 7차례 하고도, ‘펄밭 야영’을 막지 못한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잼버리 조직위·전라북도·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책임 떠넘기기’와 ‘늑장 대응’ 행태를 보이면서 제대로 된 대비책을 내놓지 못했다. 준비 단계부터 파행이 예고된 셈이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이날 여가부와 조직위 등에서 받은 ‘잼버리 부지 배수 관련 회의’ 자료를 보면, 주최 측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두 차례 업무 협의를 포함해 총 7번 침수 대책 회의를 했다. 관계 기관들은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상대를 탓하는 발언을 했다.

전북도가 “조직위에서 상부 시설 등을 설치하면서 배수로가 많이 훼손된 상황”이라고 하자, 조직위는 “내부 배수로 조성 후 각 현장에서 훼손하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맞받았다. 농어촌공사는 “침하 구간 성토(흙 쌓기)에 많은 양의 토사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워 간이 펌프장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전북도는 “침하 구간이 광범위해 간이 펌프장 조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농어촌공사와 전북도가 각각 자기 업무인 ‘침하 구간 흙 쌓기’와 ‘간이 펌프장 조성’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당시 회의에는 조직위 사무총장, 전북도 자치행정국장, 여가부 잼버리지원단 담당, 행안부 정부합동안전점검단장,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장 등 관계 기관 소속 20명이 참석했다.

잼버리 개막 직전까지 협조 체계나 책임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조직위는 지난 6월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 “각 기관 및 부서에서 맡은 시설 설치 공정 및 물건 나름 등의 시기가 겹쳐서 현장별로 다툼의 소지가 발생할 경우가 있으므로 서로 양보하며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1일) “외곽(농어촌공사)과 내부(전북도) 배수로 작업이 기관별로 이뤄짐에 따라 상시적인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29일)고 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회의에서 “기관별로 담당 업무 추진 시 협의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책임 떠넘기기’는 개막을 1년 앞두고 처음 열린 대책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위 시설본부와 전북도 잼버리시설팀은 지난해 8월 1일 첫 회의에서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에 “부지 매립 공사 준공 전에 배수 시설 정비가 완료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자 농어촌공사 측은 “기반 시설 설치 공사와 야영장 조성 공사로 인해 배수로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공사 현장 관리 철저를 요청한다”고 했다.

침수 대책 회의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한 정황도 담겼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일 열린 회의에서 “언론 보도에서 야영장 침수를 지적할 때 ‘농업용지’ 때문이라고 대응하면 면피가 안 된다”며 “농업용지 변명 대신 ‘배수로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고, 예산 제약에 따른 효율성을 위해 정비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7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주최 측은 간이 펌프장 등 강제 배수 시설을 설치하고, 기존 배수로를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시설은 개막 이후에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대회 직전 부안군에 시간당 32㎜의 비가 내리자 야영장은 또다시 물에 잠겼다. 개막 이후에도 야영장 곳곳에서 물웅덩이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대원들은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해야 했고, 축축한 부지 탓에 폭염 속에서 습도는 더욱 높아졌다.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 중반 태풍 ‘카눈’ 북상으로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했는데, 실제 태풍이 지나간 하루 뒤인 11일 야영지는 곳곳이 발이 잠길 만큼 물이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