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감원장. photo 뉴시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용산 주요 참모진들 차출설부터 장관 출마설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특히 여권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나 인물난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현 정부 인기 장관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감원장 세 사람은 서울대·사법고시·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장관’ 주문을 잘 수행하며 현 정부의 최전방 공격수로 활동해왔다. 금감원장은 차관급이지만 이복현 원장은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장관급 못지않다는 평이다. 한 장관과 이 원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 장관은 이번 정권에서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총선 역할론이 제기된다.

높아진 호감도만큼 무성한 ‘한동훈 활용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앉는 상황에서도 정계 주요 인물 호감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해 여권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벌써부터 내년 총선 출마를 두고 설이 가장 무성하다. 한 장관은 검찰 시절부터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막역한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여의도 ‘윤핵관’보다도 윤심(尹心)을 정확히 파악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 장관이 “우리 형 당선됐다”고 소리쳤다는 일화는 법조계의 유명한 풍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초기부터 한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임명 직후부터 ‘대통령의 최측근이 최연소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키웠다.

한 장관을 둘러싼 총선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국무총리 지명설, 공동선대위원장설, 비례대표 출마설 등이다. 한 장관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은 윤 대통령을 대신해 선거를 지휘하고 지원유세를 이끌 ‘얼굴’로 한 장관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 경우 중앙정치나 선거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친윤계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 장관 선대위원장설은 민주당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한 장관은 법무부 전체의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며 “총선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총리 지명설은 용산을 중심으로 새나오는 시나리오다. 추석 이후 하반기 한 장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야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출마한다는 것이다. 한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탓에 이 같은 시나리오가 제기된 듯 보인다. 한 장관이 국무총리 자리에 안착하면 윤 대통령은 친정체제를 강화할 수 있고, 야권 반발에 부딪혀 국무총리 대신 출마를 선택하면 명분을 챙기는 동시에 지지층 집결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 장관이 가져갈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무총리 지명은) 인사청문회부터 시작해 국회가 뒤집힐 만한 사안인데, 한 장관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지 않겠느냐”며 “만약 그 결과가 출마라 할지라도 그렇게 험난한 우회로를 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용산 소식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국무총리가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산하기관을 통해 캠프를 꾸리고 자기 사람들을 만들 수 있지만, 차기를 준비하기에 국무총리가 좋은 자리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국회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평가받는 것은 비례대표 출마설이다. 한 장관이 비례대표 당선권 경계선 순번을 받아 출마해 총선 흥행에 이바지하고 다시 내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은 한 장관이라는 오른팔을 잃지 않으면서 총선에 힘을 보탤 수 있고, 한 장관 입장에서는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한 장관의 지지도나 상품성을 활용해 표심을 잡을 수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선권 맨 끝 순번에 배치됐다는 상징성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권 분열 후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국구(비례대표) 14번’에 자신을 셀프공천한 바 있다. 안정권보다 뒷번호에 자신을 배치해 전국구 후보 13번까지 국회에 입성시키고, 본인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다음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반면 2016년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셀프공천해 논란이 일었다.

“예상 출마지 15곳 돌파” 언급한 원희룡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활약해 주목받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도 각종 이슈를 주도하며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자리 잡았다. 장관 이전에도 3선 국회의원과 재선 제주지사를 역임한 만큼 내년 총선 역할론이 제기됐다. 그 역시 지난 8월 24일 친윤계 외곽 조직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해 국민의힘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게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정무적 역할을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이후 총선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원 장관을 둘러싸고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제주 지역구 전략공천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먼저 원 장관의 여의도 복귀설은 지난 7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 장관직을 마치고 국회로 복귀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 불거진 ‘양평 고속도로’ 이슈에 정치 생명을 걸고 전면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존재감을 키운 탓에 여의도 복귀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동시에 여러 지역이 예상 출마지로 언급됐다. 원 장관은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지냈지만, 현역 비례대표인 조수진 최고위원이 터를 닦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원 장관은 지난 7월 3일 국토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제 출마설이 도는 곳이 현재 15군데를 돌파했다”며 내년 총선 차출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경기도 정치 1번지 수원, 김포골드라인과 지하철 5호선 연장 등의 현안이 있는 김포 등 경기도 다수 지역이 예상 출마지로 언급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경기 고양갑이다. 국민의힘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1기 신도시 재개발 성과를 앞세워 원 장관을 이곳에 ‘자객공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심 의원은 지난 6월 2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직접 질의했고, 원 장관은 “심 의원님과의 대결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9월 초에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중앙당에 원 장관의 제주시을 전략공천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적 험지로 꼽히는 제주도에서 여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원 장관급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중량급 인사가 와서 총선 분위기를 살리고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원 장관은 인지도가 높은 데다 대통령의 신임도 받고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원 장관이 제주시을 출마보다는 중앙 차원에서 전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서울·경기 출마하는 사람만 공동선대위원장이 되라는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적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원 장관의 제주시을 출마가 유권자들에게 신선하게 와 닿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설은 ‘보수계 책사’라 불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월 17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한동훈 장관의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저 같으면 원희룡 장관, 나경원 전 의원 같은 비교적 인기가 있고 평판이 괜찮은 분들하고 공동선대위원장 같은 것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한 장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물로 원 장관을 언급한 것.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원 장관과 나 전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선거 실무를 책임졌다.

사모펀드 재조사 ‘작심’한 이복현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린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월 사모펀드 재조사 결과 발표 이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치적으로 야권에 민감한 이슈를 재점화하고,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의 진실공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국회에서 보여준 이 원장의 태도변화에 국회는 물론, 금감원 안팎에서도 출마가능성이 언급됐다. 지난 9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 원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펀드 사태를 재검사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맹공에 날카롭게 응수했다. 이와 관련,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태도가 이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강경하게 바뀌었다”며 “사모펀드 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는 이 원장이 작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금감원이 서울남부지검 파견 직원을 전원 복귀시킨 사례에서도 이 원장의 존재감이 커진 것을 엿볼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2부에 파견한 6명 전원을 복귀시켰다. 3명에 대해서는 임기 만료 이후 연장하거나 후임을 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3명은 임기가 남았음에도 복귀시켰다. 이례적인 상황에 일각에서는 금감원과 남부지검의 물밑 힘겨루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남부지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많이 떠안았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원장이 검찰보다 빠르게 칼을 휘두른 데다 검찰 역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힌 탓이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기수가 낮은 데다 부장검사로 옷을 벗고 나간 터라 위계가 강한 검찰 내부에서는 후배의 지시를 불편하게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여의도에서는 최근 들어 용산 방문이 잦아진 것으로 알려진 이 원장이 내년까지 동여의도에 남을 확률을 낮게 점친다. 당사자가 전면 부인했지만,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최근에는 여권에서 여의도 금융가가 있는 서울 영등포을 또는 강남지역에 이 원장 공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영등포구 출마설은 올해 상반기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주소지를 서초구에서 영등포구로 옮겼다는 풍문도 함께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주소지를 옮긴 적 없고, 앞으로도 옮길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이후 지속적으로 출마설에 선을 긋고 있다. 이와 관련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여당에서 이 원장을 두고 어떤 논의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원장이 선출직으로 등판할 가능성보다는 용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