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9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외부 영입 인사들에 대한 입당환영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고기철 전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 보수유튜버로 활동 중인 개그민 김영민. 뒷줄은 윤재옥 원내대표와 김기현 대표. photo 뉴시스

내년 4월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갖가지 총선 셈법에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특히 ‘집권여당이 아직도 총선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최근 국민의힘은 ‘용산 차출’ ‘인재 영입’ 등 외연확장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출마 준비 중인 대통령실 참모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일부는 출마 지역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등 군불 때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참모들의 출마 지역에 대해서는 명확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가 용산 눈치만 보고 이렇다 할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런 비판을 키우는 것은 이른바 ‘험지’ 출마 기피 분위기. 용산의 출마 희망자들 사이에서 영남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만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현역 의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000표로 승부 갈린 수도권 접전지 21곳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의 승패가 수도권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권에서 이미 화두가 됐던 ‘수도권 위기설’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전체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20대와 21대 등 최근 치러진 두 번의 총선에서 서울·경기·인천 의석수는 진보성향 정당이 보수정당보다 더 많이 차지했다. 20대 총선의 경우 진보성향 정당이 83석을 차지한 반면 보수성향 정당은 35석에 그쳤다. 또 21대 총선에서는 진보성향 정당이 104석, 보수성향 정당이 16석으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무소속 제외, 정의당은 진보성향 정당에 포함)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의석수는 모두 121석이다. 지난 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당선자와 2위로 낙선한 후보가 5000표 내외의 득표차로 승부가 갈린 접전 지역은 총 21개 선거구에 이른다. 각 선거구별 유권자 수가 보통 15만~20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5000표 차이는 그리 큰 숫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접전 선거구들에서는 언제든 여야 간 승패가 뒤바뀔 수 있고 이에 따라 정국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1만표 정도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지역을 찾아보면 상황이 더 유동적이 된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는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서울 용산구 등 1000표 이하의 차이를 보인 초박빙 지역구도 있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경우, 당시 무소속 윤상현 후보가 4만6493표를 얻어 당선됐는데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가 4만6322표를 득표해 단 171표 차이였다. 서울 용산구에서도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각각 6만3891표와 6만3001표를 얻어 불과 890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초접전을 벌였다. 이외에도 서울 강남구을 지역에선 보수성향 정당인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5만1762표)가 당선됐지만 2위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4만7157표)와 불과 4605표 차이만 기록해 강남에서도 의외의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분주한 ‘용산’ 몇 명이나 출마할까

이런 쉽지 않은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오히려 당보다는 ‘용산’이 더 분주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용산 차출설’을 띄우면서 총선을 바라보고 있던 참모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는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급까지 대략 30명 정도의 참모들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실 수석급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먼저 이진복 정무수석은 부산 동래구에서 3선을 지냈던 만큼 재출마 또는 부산 타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 출마 결심을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11월 초 사표를 제출하고 충남 홍성·예산 출마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 당시 경기 분당갑에서 당선된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하며 지역구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내줬다. 현재 분당갑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분당갑 상황이 복잡한 만큼 김은혜 수석은 수도권 다른 지역 출마가 유력시된다.

용산에서는 앞서 선발대로 나선 출마자들도 적지 않다. 이동석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충북 충주)과 이승환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서울 중랑을)은 사실상 총선 행보를 시작했고, 최근 사직한 것으로 알려진 최지우 전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충북 제천·단양에, 서승우 대통령자치행정비서관은 충북 청주 청원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부산 수영구,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부산 서구동구 출마가 거론된다. 시민사회수석실에서는 김대남 행정관이 경기 용인갑구, 이창진 행정관이 부산 연제, 여명 행정관이 서울 동대문갑 출마 등이 거론된다. 또 정무수석실 배철순 행정관은 경남 창원 의창, 국정기획수석실 조지연 행정관은 경북 경산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뉴페이스들인 용산 참모들의 진격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반면 이들의 출마로 인해 당 내부 갈등이 불거질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출마가 예상되는 지역은 대부분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등 보수성향이 짙거나 당장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보수 텃밭들이어서 치열한 내부 경합이 불가피하다. 이미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공천 명단’을 용산에 요구한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이 일어 지도부가 진화에 부심하고 있기도 하다.

용산 차출설에 현역과 갈등 불가피

용산 참모들의 차출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공천 과정에서의 내부 갈등은 피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의석 사수를 위한 전략적 배치가 아니라 윤심(尹心)에 따른 물갈이 수순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월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걸(용산 참모 차출설) 보고 동요가 심각하다”며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저 호남 출마하겠다’ 이럴 사람들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월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을 대거 총선에 내보내서 총선을 치른다? 그게 국민의힘 입장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이기는 전략이 될 수 있냐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용산 참모들의 출마가 진짜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용산 참모들이 윤심을 등에 업고 나서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그칠 경우 용산 참모들의 대거 출마 자체가 어려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과거 사례에서도 뒷받침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선 30명의 청와대 인사가 21대 총선에 나왔다. 이 가운데 19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차인 2020년에 치러진 21대 총선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60%에 달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 치러진 20대 총선의 경우 당초 청와대에서 수십 명이 차출될 거란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 총선에 나온 참모는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 등 단 2명뿐이었다. 한때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 들어 30%대로 떨어지면서 참모들의 출마 행렬이 멈췄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논란 빚은 ‘1호 영입인재’

이런 가운데 김기현 대표는 지난 9월 20일 외부 인재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열고 이른바 ‘빅텐트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문재인 정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역임한 김현준 LH 전 사장 등 야권 출신 인사들을 비롯해 6명을 영입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실상 첫 작품이 된 인재영입은 출발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민주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며 제명 절차를 밟아 본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간 이력이 있는 조정훈 의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9월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조 의원 영입과 관련해 “다양하고 많은 분들을 영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조정훈 의원을) ‘1호 영입’이라며 막 내세우는 것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쪼록 우리 당 지도부가 민주당 출신도 받아안는 그 광활한 너그러움을 당내 이견을 가진 분들에게도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라면서 “아울러 조정훈 의원께도 정중히 고언 드린다. 우리 정치가 좀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총선 때가 되면 각 정당에선 ‘1호 영입인재’ 경쟁을 펼치곤 했다. ‘1호 영입인재’는 당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 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로 평가되곤 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1호 영입인재’로 40대 여성 장애인 ‘최혜영’씨를 공개했다. 발레리나였던 최씨는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여성 척수장애인 국내 최초 재활학 박사가 됐고, 지금은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여성장애인의 임산과 출산, 육아 정책을 앞세우며 선거 때만 나오던 장애인 관련 정책의 진정성을 피력했다.

김기현 대표가 1호 영입인재로 내세운 조 의원을 통해 보여줄 당의 방향성에 대해 내부 우려가 커지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나 조 의원이 마포갑 출마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이미 당내에서 마포갑 출마 움직임을 보였던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나 최승재 의원(비례대표)에게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사령탑과 밑그림이 보이질 않는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띤 주요 선거를 앞두고도 집권여당에서 총선 밑그림을 그리는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수도권 위기설’을 줄곧 제기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도부가 수도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당의 가장 큰 위기’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영남 지역 출마 희망자가 많은 용산 차출설이나 논란부터 빚은 김기현 대표의 인재 영입을 보면 아직 당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의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수도권 사수에 효과가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시기적으로 선거용 퍼포먼스나 수도권 사수를 위한 선수 등용이 이미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선거를 치러본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총선 7개월 전쯤이면 이미 스타성을 겸비한 신인이 여론을 환기시키며 표밭갈이에 나섰어야 했다”며 “내년 총선 준비는 늦어도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에서 지역 기반을 다져온 국회의원 출신들이 윤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선거에서 출마하거나 특정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미 너무 많이 소진돼 선수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용인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이상일 용인시장과 경기 시흥지역 국회의원이었던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꼽힌다. 한 석이 아쉬운 수도권 선거에서는 이들의 대체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지지율 부진은 여권 인사 대부분이 걱정하는 문제다. 적어도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은 돼야 총선에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 앞으로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위한 당 지도부의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레임덕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에는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치러질 선거가 없다 보니 총선 결과가 바로 대통령 입지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총선 패배는 정부·여당에도 차기주자 조기 등판 등 이합집산을 몰고 올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의 파장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는 여러 가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9월 21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9, 반대 136, 기권 6,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 29명이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뤄질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이후 최종 결정될 사안이지만 현재까지의 정부 기조로 본다면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공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옥중 공천’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내부에선 계파 간 갈등과 비명계의 이탈 등이 촉발될 수 있고, 이 대표의 1인 체제 이미지는 더 강화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만 굳혀지는 셈이다.

또 이 대표의 강성지지자들인 ‘개딸’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작업을 예고했던 만큼 당의 분열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개딸들의 협박이나 경선은 두렵지 않고 여차하면 무소속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친명계가 공천권을 마구 휘두르면 당이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당 가능성도 내비쳤다.

일단 민주당의 이런 내홍 관련 전망들이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내홍에 빠진다면 민주당에게 요구되는 혁신과 쇄신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길고도 지리한 내홍이 이어질 경우 총선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이 대표가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면서 공천권도 합리적으로 배분할 경우 민주당은 혁신과 새로운 리더십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진짜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싸움을 벌여야 한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최후 변수는 ‘바람’이라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역대 수도권 선거는 막판 바람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격한 갈등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이번 총선정국에 어떤 바람이 불어닥칠지 모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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