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회계사가 최근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지극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김경율(54) 회계사는 2019년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 펀드 사건을 공개 비판하면서 21년간 몸담은 참여연대를 탈퇴했다. 그는 참여연대를 떠나면서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은 참여연대는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좌파 진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20여 년간 맺은 인간관계가 대부분 끊겼다. 그는 2021년 9월에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공론화하는 데 앞장섰고, 지난해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김 회계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아직 지지하지만 인사와 정책 등에서 우려스러운 점도 많다”며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지극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야 어느 쪽도 도덕성과 능력의 우위를 보여줄 자신이 없으니 상대에게 ‘종북 좌파’ ‘꼴통 보수’라는 꼬리표를 붙여 정쟁만 벌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좌우 극단 세력의 적대적 공생에 책임질 사람도, 끊어줄 사람도 대통령”이라고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려스럽다. 지금 같은 모습으로 중도 확장, 총선 승리는 어렵다. 윤 대통령의 ‘공산 전체주의’ 발언이나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등 현 정부가 주요 현안을 자꾸 이념 논쟁과 좌우 대결로 만들고 있다. 정책을 앞세우지 않고 이념과 진영 대결로 가다 보니 중도층이나 민주당에 실망한 야권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무당층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늦기 전에 달라져야 한다.”

윤석열, 기성 정치권에 빚이 없어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이념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전 정부나 야당의 부도덕하고 무능한 행태 그 자체를 비판하고 시스템을 바로잡으면 된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윤 대통령을 뽑은 비판적 지지자들이 바라는 건 좌우 극단 세력의 적대적 공생을 끊어달라는 것이다. 여야는 ‘잘하기 경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상대 실책에서 더 많은 반사이익을 얻을까만 고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극단 정치에 대통령 책임도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에 빚이 없는 윤석열이라는 사람만 이를 끊어낼 수 있고 끊어내야 한다. 조국 사태를 겪고 참여연대를 나오면서 ‘제3 정당’도 고민해 봤다. 장기적으로는 그 길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윤석열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나.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1년 가을에 아는 분 소개로 한번 만났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이었고, 진정성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한테 하지? 내가 이걸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어떡하려고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당에서는 ‘술꾼’과 ‘무능’ 이미지를 씌우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재벌 개혁 운동을 하면서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수사 과정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봐왔는데, 그는 정교하고 실력이 있고, 공평무사함도 갖췄다.”

김경율 회계사가 최근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본지와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남강호 기자

-취임 후 연락은?

“작년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이 격화할 때 하청 노동자의 어려움이나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싶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대통령의 전화가 왔다. 제가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안심시켜 줬고, 이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맙기도 했고 보람도 느꼈다.”

-기대와 달랐던 점은.

“극우적인 인사들을 계속 등용하는 것에 놀랐다. 이명박 정부 때 인사들을 다시 쓰는 것 역시 무슨 의미와 감동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이 조금 다른 사람까지 포함하는 포용 인사로 감동을 줄 수도 있지 않나. 인사에 아쉬움이 컸다.”

-여당은 어떻게 평가하나.

“올 국정감사에 앞서 전임 정부의 새로 드러난 비리 의혹을 정리한 자료를 몇몇 국민의힘 의원실에 전달했다. 그런데 국감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답을 준 곳이 아무 데도 없다. 의원들 페이스북을 보면 국정감사에는 관심 없고, 지역구 경조사 챙기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자료는 내가 참여연대에 있던 시절 야당 의원들이 국감에서 적극적으로 다뤘는데, 여당 의원들은 그런 의지와 역량, 절박함이 없는 것 같다.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

-‘조국 사태’ 공개 비판을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는 없지만, 가족에게는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아내가 당시에 나를 비판하면서 서로 심하게 다퉜다. 그 여파로 아들과 딸도 힘들어했다. 조국 사태로 나를 비판하고 떠난 이 중 누구도 아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는데, 가족은 달랐다. 아내의 날 선 반응은 당황스러웠고, 나도 참고 듣고만 있기 어렵더라. 두세 번 크게 싸운 뒤로 우리 집에서 더는 아무도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윤 정부가 실패한다면 내가 설 자리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당시 이화여대생인 아내와 결혼하려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공부했고, 합격한 뒤 결혼했다고 한다.

김경율 회계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경율 해괴사의 일해라 절해라’에서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을 설명하는 모습. /김경율 회계사 유튜브

-윤 정부가 실패할까 봐 걱정하나.

“그렇다. 지금 정부가 실패하면 내가 이제 어디로 가겠나. 그래서 윤 대통령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윤 정부에서 비리가 터지면 목소리를 낼 건가.

“조국 사태 때처럼 누구보다 내가 앞장서 비판할 것이다.”

강서구 패배, 대통령실이 더 아파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여당이 참패했다.

“선거는 여당이 치르지만 이번 결과는 대통령실이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선거에서 보인 국민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알 거다. 주변에서 호가호위하거나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패배 의미를 축소하려는 말을 대통령에게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

-여당에서 지도부를 교체했다.

“솔직히 좀 촌스럽고 누가 누군지도 잘 몰라 눈길이 가지 않았다. 현 당대표가 임명하는 지도부 인사들만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시점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나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을 하면 어떨까 한다. 국민에게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혁신 메시지로 인사만 한 게 없지 않겠나.”

☞김경율

김경율 회계사는 1969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광역시에서 자랐다. 1988년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해 학생 운동을 했고, 노동 운동을 하기 위해 위장 취업했다가 적발돼 해고당하기도 했다. 1998년 공인 회계사(CPA)에 합격한 직후부터 참여연대에 합류해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 운동을 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부처의 적폐 청산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9월 ‘조국 사태’가 터지자 이에 침묵하는 참여연대를 탈퇴하고 좌파 진영의 위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