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패배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야권 분당론은 사라지고 여권 신당론이 부상하고 있다. 올 연말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를 중심으로 수도권·중도 표심을 노린 새로운 보수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분열을 서둘러 봉합해야 위기를 막고 연대 효과도 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에서 신당 창당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정해진 건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틀 전에는 “12월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저는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 모두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신당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도권’ ‘20·30대’ ‘중도층’ 상당수가 현 정부 지지를 거둬들이면서 ‘비윤’ ‘중도 보수’ 성향 정당이 등장할 공간이 열렸다”며 “당 주류가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 등에 대한 고립·배제 기조를 이어간다면 신당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해 3·9 대선 직후 발표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36%, 무당층 17%였지만, 지난 13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각 34%, 무당층 26%였다. 여당 지지층 상당수가 무당층으로 옮겨간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수도권 선거라는 게 1000표, 1500표 싸움인데, (보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며 “신당은 우리에게 최대 위기가 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곧 비명계를 끌어안고 총선을 준비할 텐데 아직도 우리는 내부 다툼에만 집착할 때냐”며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