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2일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지 19일 만에 다시 주요 당직을 맡게 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 “인재 영입에 대한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주요 임명직 당직자들은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사흘 뒤인 지난달 14일 일괄 사퇴했다. 이철규 당시 사무총장은 당시 페이스북에서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하루속히 당이 하나 돼 당원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에는 당내 일부 의원들이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하자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4선의 윤상현 의원은 “당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배를 침몰시킨’ 행위로 사무총장이 비유한 건 적절해 보이지 않고, 더구나 공천을 연상시키는 ‘승선시킬 수 없다’는 발언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의원의 ‘승선론’ 발언 이후 당내 ‘수도권 위기론’은 잠재워졌지만, 두 달 뒤 치러진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17%포인트 차 참패였다. 이 의원을 포함한 임명직 당직자들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했는데, 김기현 대표는 후임 사무총장으로 경북 재선이자 친윤인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지난달 30일에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밝혔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날 이 의원의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비윤계인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철규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느냐”며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 의원을 보름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기어이 ‘아내의 유혹’을 찍어버렸다”며 “점 하나 찍고 돌아온다고 국민들이 믿어주시겠느냐고 했던 제 말을 이렇게 현실화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를 보니 김기현 대표님 내려오셔야 할 것 같다”며 “‘대통령께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인식”이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위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회전문 인사’ 지적에는 “당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총선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해 달라”며 “최종적으로는 인재 영입에 대한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