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된 이철규(왼쪽) 의원이 지난 8월 24일 김기현 대표와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파로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가 19일 만에 주요 당직을 맡게 됐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2일 내년 4·10 총선 후보자 발굴 업무를 총괄하는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지 19일 만에 다시 주요 당직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의원은 사퇴 후에도 인요한 혁신위원장 영입과 최근 수도권 민심을 흔들고 있는 ‘메가 서울’ 구상에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이라는 이름표는 떨어졌지만 총선 핵심 역할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비윤계는 반발했지만 여당 핵심들은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인선 배경에 대해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는 인재 영입에 대한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대표가 선출된 직후 사무총장을 맡으며 총선 공천과 인재 영입 업무를 주도해 왔다. 인재 영입의 시작부터 이 의원이 해왔기 때문에 마무리까지 그에게 맡기고, 그 평가는 총선에서 심판받겠다는 것이다. 전략기획부총장에서 사퇴한 박성민 의원도 이 의원과 함께 인재 영입 관련한 업무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이철규·박성민 의원이 그간 영입 대상 인사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은 부분이 있는데, 한순간에 낯선 사람을 인재영입위원장에 앉히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 시절부터 인 위원장의 영입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구인난을 겪던 혁신위원장 자리를 인 위원장이 맡은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 의원과 인 위원장이 쌓은 인간적 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 서울’ 구상도 이 의원과 1기 지도부에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이 주도했다. 경찰 출신으로 민심 동향에 밝은 이 의원이 현지 정보를 종합해 수도권 반전 카드로 꺼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이 의원 주도로 여러 깜짝 카드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을 포함한 사퇴한 ‘1기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상 ‘1.5기 지도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혁신위를 띄웠지만 당의 주류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고구마 먹고 목이 막혀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인요한 위원장도 이날 KBS 인터뷰에서 친윤 핵심들에 대해 “그분들 서울에서 출마하면 어떠냐”고 했다. 친윤 핵심들에 대한 희생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띄울 계획이던 총선기획단 출범을 다음 주로 미뤘다. 총선기획단에는 비윤계인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포함됐는데, 김 대표는 “더 많은 비윤계, 청년, 수도권 인사를 넣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3일 이철규·박성민 의원 등 지난달 사퇴한 ‘1기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들을 대통령실에 초대해 저녁을 함께할 예정이다. 한 참석자는 “그간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부른 것 같다”고 했다. 당내에선 “인재영입위 출범 직후에 열리는 만찬이라 이 의원에 더 힘이 실리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