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방송3법' 의사일정 변경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상정을 막기 위해 추진하려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철회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 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여당이 이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이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하는데,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24시간이 넘어가면 야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끌더라도 결국엔 야당이 통과시킬 법안이었기 때문에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이라도 막으려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돼 과반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은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일찍 끝내고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악의적, 정치적 의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4가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호소드리고 싶었지만,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가능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재계에서는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민노총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송3법은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권한을 학계와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의 방송법 등 개정안이다. 이사 추천에 정치권의 입김을 줄인다는 취지지만 친야 성향 언론 단체들이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