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제3지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준석 신당’의 제3지대 합류 여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이 전 대표를 만난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인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11월 7일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위원장과 ‘금요연석회의’를 결성했다. 금요연석회의에 참여한 정태근 전 의원은 “신당 파괴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사람은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비명계, 국민의힘에서 신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이라며 “이 같은 ‘대안 정치 세력’이 단일화 대오로 뭉치지 않고 각자 신당을 만들면 망한다”고 말했다. 금요연석회의도 필요에 의해 모였듯이 당장 이념은 조금씩 달라도 거대 양당에 대적하기 위해선 제3지대가 뭉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지난 1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다.

- 최근 금태섭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만났을 때 신당 논의를 했나. "금 전 의원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당을 논의하려면 신당 창당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금 전 의원의 경우 신당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저는 더 나아가서 양향자 신당, 금태섭 신당 등 개별적으로는 안 되고 단일 대오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하루에 1%씩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하는 단계다. 무조건 신당의 길을 간다는 사람과 신당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확정 짓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의 층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얘기가 되려면 신당 창당으로 간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 금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만남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주도했다는데. "다리를 놓아주기보단 김 전 위원장이 경륜과 메시지 파워가 큰 분이니까 힘을 좀 실어주려고 모양새를 만들어준 것이다. 금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고, 이 전 대표가 김 전 위원장에게는 깍듯하지 않나. 그런데 정치가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다. 전화 걸어서 만나자고 하면 된다. 이 전 대표가 보자고 해서 이 전 대표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만났다. 미국 대통령이 늘 하는 일이 야당의 상임위원장과 핵심 의원들에게 전화 걸고 만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처럼 자기 진영에만 충성해서 양당이 안 만나는 건 정치가 아니다. 하물며 그걸 극복하겠다는 사람이 정의당에 있든, 민주당에 있든, 국민의힘에 있든 못 만날 이유가 없다. 필요가 존재하면 만나야 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야당 정치인 생일까지 챙겼다. 그런 마음으로 가야 정치가 된다."

- 그렇다면 이 전 대표와 신당을 함께할 수 있을까. "이 전 대표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로 국민의힘을 나올 건지 안 나올 건지 명료하게 얘기해야 한다. 두 번째 어떤 성격의 정당을 만들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反)윤석열 신당이 아니라 아예 양당 구도를 넘어서는 대안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것만 명확해진다면 정당의 성격이나 정당이 가져야 할 핵심 과제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

- 최근 결성한 금요연석회의는 누가 주도했나. "연석회의 꾸리는 데는 금 전 의원이 애를 많이 썼다. 나도 대안 정치 세력이 총선에서 단일 대오로 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내가 '당신과함께' 논의를 5월부터 시작했는데 금요연석회의에 참여한 분들은 대부분 그 과정에서 만났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는 최근 들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지금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비명계도 새로운 결단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망라한 새로운 단일 대오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일단 모일 수 있는 사람부터 모여서 논의를 좀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 신당에 관심 가지는 현역 의원들이 좀 있나. "있다. 본인의 결단만 남았다. 그들이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 결단을 내리는 분들이 나올 거라고 본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양당이 선거 체제 정비를 할 텐데 공천 임박해서 공천 탈락을 우려해 나오는 사람과 다르게 대안 정치 세력을 만들어서 한국 정치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 신당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신당 추진하는 분들은 물론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고민하는 분들도 주류 세력에 줄 서서 편하게 공천받고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보다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 고민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이라 본다. 그게 출발점이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당선되기 위한 정치, 권력을 얻기 위해서 하는 정치는 안 하겠다는 거다. 양당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일은 안 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자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의기투합할 수 있다. 헌법 제46조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익과 양심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인은 사실 있으면 안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법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출마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정치가 어디 있나. 그건 헌법 위반이다."

- 신당을 선택하더라도 배지는 달아야 하지 않겠나. "신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단일한 면모만 갖추면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거다. 2016년 안철수 정당(국민의당)이 성공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성과를 볼 것이고 비례대표 투표에선 1등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양당 지지율이 각각 30%씩, 중도·무당층 지지율은 40% 가까이 나온다. 이들이 다 투표하진 않으니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을 절반이라 한다면 나머지인 20%는 정치를 걱정하지만 양당을 밀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대안 신당이 만들어지면 비례대표 투표 때 양당이 혼 좀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5%씩만 빠져나가도 20%에 5%씩 더해져 30%가 된다. 양당은 5%씩 빼앗기니 대안 신당이 1등 하지 않겠나. 특히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지역구 투표에서도 상당히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수도권에서는 여당·야당과의 3자 구도를,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양자 구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대구·경북(TK)은 만만치 않은데 이 전 대표가 영남에서 기치를 들겠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준석당, 비명당, 무슨 당 해서 각자 신당을 만들면 망한다."

-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이 가능할지. "대안 정치 세력이 단일 대오를 만들기 위해선 핵심 과제를 선정해 놓고 해법에 대한 합의를 봐야 한다. 자신의 정치 철학과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합의가 도저히 안 되는 건 빼고 가장 중요한 것 중에서 합의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다 쥐고 있으면 합칠 수가 없다. 원래 자신의 생각을 덜어내서 합의 보는 게 정치다. 그런 연합적인 자세가 없으면 국회 가서도 안 된다. 연합정당 만들 때는 너무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뒤로 미뤄두고 선거 끝나고 다시 논의해서 정하자고 얘기할 수도 있다."

- 정치 스펙트럼이 넓으면 메시지를 분명하게 가져가는 게 어렵지 않을까. "지금 양당 모두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우리 사회에 중대 현안들이 많다. 국민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얘기해야 문제가 풀린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만나는 거냐, 중도냐 아니냐 등 이념 중심으로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념이 아니라 대안과 해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진보 계열에 있는 사람들은 원전 폐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 쪽은 탈원전이 잘못됐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탈원전이 핵심일까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게 핵심일까'다. 진보가 가지고 있는 탈원전에 대한 가치나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우선적인 과제이니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에너지믹스를 가져가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 만약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간다면 결과가 달라질까.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잘못됐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한 번 더 기대를 해보자 하고 (이 전 대표를 따라) 국민의힘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상징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여기까지 와서 다시 국민의힘 간다고 하면 기권하는 사람도 생기고 대안 세력을 믿어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나."

- 앞으로의 계획은. “물밑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 의원 중에서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전망이 있는 분들과 긴밀히 논의할 것이다. 제가 11월 16일에 광주 내려가는데 호남 지역의 경우 민주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노력하는 분들이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도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한 분들이 많다. 지금 호남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권 교체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고 민주당이 세대 교체를 해야 한다는 분도 많다. 호남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려는 분들을 비롯해 훌륭한 인적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고 결집하려 한다. 총선을 앞두고 신년이 되면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가 나올 것이다. 제 바람은 연말까지 단일 대오의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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