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신뢰하지 못하는 당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천강정 국민의힘 경기도당 의료정책위원장)
“우리와 함께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갈 경우엔 40~50석 이상 날아갈 수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용산에 있을 때 계속 보고한 게 이 전 대표를 좋아할 필요도 싫어할 필요도 없다, 다만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라는 거다. (중략) 12월 안에 타개 못 하면 계속 밀릴 거다.” (이승환 국민의힘 중랑을 당협위원장)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여러 정당 지지층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지역별로도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 현 상황으로 보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 (중략) 일주일간 이준석 검색량이 치킨, 피자보다 많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
지난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이 민심 회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최한 토론회 ‘국민의힘, 이준석·유승민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에서 나온 일부 의견들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과 이것이 국민의힘에 미칠 여파, 대안 등에 대한 논의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내년 총선 싸움에서 여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당정은 쇄신과 국민 신뢰 회복으로 이 전 대표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앞서의 발언 외에도 신당에 대한 바닥 민심, 성공 가능성, 당정의 필요 스탠스, 이 전 대표와 야권의 연대 가능성 등 토론회 이후 기사화는 안 됐지만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다수 오갔다. 여기에는 신당 논의가 언제까지 유효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이에 대한 위기감도 혼재돼 보였다. 분명한 건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이준석 신당’을 주제로 공개석상에서 격론을 벌일 정도로 그 영향력이 최근 한 달 사이 몰라보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지율 등에 업은 ‘촘촘한’ 신당 행보
이 전 대표가 띄우고 있는 신당의 파괴력은 실제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0월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38.1%, 국민의힘 26.1%, 이준석·유승민 신당 17.7%, 정의당 3.1% 등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기서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지지한 무당층 응답자는 25.4%나 됐다. 전체 정당에 대한 무당층 지지율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대안 정당으로까지 여겨진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30~31일 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준석·유승민 신당 지지율이 21.1%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35.4%, 국민의힘 32.2%, 정의당 1.8% 등이었다. 이 조사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은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각각 24.5%, 22.7%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인 데다, 정의당 지지층의 36.0%가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지지한다는 의외의 결과 값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대구·경북(TK) 지지율이 30.1%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영남 신당 계획을 시사한 바 있는데 이것이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실제 TK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각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 전 대표를 포용 안 하고 뭐하냐” “TK에 오게 하면 안 된다” “이대로 보기만 할 거냐” 등 이 전 대표의 신당과 관련한 지역 유권자들의 민원이나 질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TK도 출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여론조사공정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30.8%가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 3~5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에서의 이준석·유승민 신당 지지율도 17%였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실제 창당에 나선 신당도 초반에 이렇게까지 높은 지지율을 내지 못한다”라며 “지지율상에서의 파괴력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1월 11일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의 만남을 공론화했는데,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 만남 후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 방향성과 계획,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고 여기에 대한 각자의 우려와 궁금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며 “이 전 대표가 상당히 진지하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지난 보궐선거 이후부터 강조한 당정 간의 수평 관계 복원 등을 최대한 기다려보고 당이 수렁에 다시 빠져들면 그때 다시 결정할 거란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우나 당내에 개혁 보수가 아닌 당의 주류 입장을 대변하는 의원들이 ‘당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등의 하소연을 자신(이 전 대표)에게 했다더라”라며 “일련의 사례를 들으며 이들 또한 신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TK 등 영남권 의원들도 포함됐다는 것이 이기인 의원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월 3일 부산을 시작으로 이언주 전 의원과 토크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천아용인을 통해 여당 주류 의원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하며 추가 합류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1월 19일 광주 지역 토크콘서트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용섭 전 광주시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복잡한 TK “개인과 정당 지지는 별개”
다만 정치권에선 일련의 기세와는 별개로 ‘이준석 신당’이 정당사에서 성공한 제3정당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도 있다. 총선에서 성과를 낸 제3정당의 대표 사례로는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 1995년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나온 자유민주연합,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온 국민의당 정도다. 통일국민당은 1992년 14대 총선 당시 31석을, 자민련은 1996년 15대 총선당시 TK에서 자민련 바람을 일으켜 총 50석을,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당시 호남 돌풍으로 38석을 획득했다. 통일국민당이 현대그룹의 조직·자금력에 힘입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특정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두기에 앞서 ‘정주영’ ‘김종필’ ‘안철수’ 등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한 인물을 끼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언급했듯,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강세를 보인 것도 결국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당시 의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봤을 때 지금의 이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1월 7~9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21%, 한동훈 법무부 장관 13%,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4% 등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3%에 불과했다. 이 전 대표가 공략하는 TK와의 실질적 연(緣) 또한 그의 일가친척들이 경북 칠곡군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태어나 역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만 세 차례 출마했다. 지역적 기반 또한 애매한 셈이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따로 떼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이 전 대표의 신당을 바라보는 TK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선도 앞서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 때도 그렇고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항상 더 높게 나왔었다”며 “초반 여론조사로기세를 몰아 여론을 일시적으로 쏠리게 하고 기대감을 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마디로 지금의 언론을 잘 움직이는 것이지 지역구 사무실 국장들과 만나 이야기해보면 이 전 대표가 대구에 올 경우 ‘필패’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당내 공천에서 떨어진 인사들이 이 전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 TK 지역의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물론 공천 결과를 두고 개별적인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 세력을 규합할 만큼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3지대에선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이상민 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위원장 등이 결성한 ‘금요연석회의’가 신당 출범을 예고하며 이 전 대표와의 접촉 계획을 공론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이들과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내기도 애매하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의 국회 토론회 당시 하태경 의원은 “바른미래당 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세력이 모여있으면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금태섭·양향자·정의당·비명계 등 모두가 들어가면 신당 성공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의 이 전 대표 시나리오에선 비명계랑 같이 못 한다는 게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준석 개인을 지지하는 것과 정당 지지는 다르다”라며 “당명을 짓는 순간 지지율은 떨어진다. 지금의 지지율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건 맞지만 이념은 둘째 치고서라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를 지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점 때문에 비명계에서도 마냥 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사에 존재 않던 미검증 모델”
이런 점들을 미뤄봤을 때 이 전 대표의 신당은 당정을 압박하는 수단에 그칠 가능성도 여전하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오는 12월 27일을 신당 창당의 분수령으로 제시하고 있다. 12월 27일은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등 ‘쌍특검’ 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날이다. 이 전 대표 개인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박근혜 비대위 체제 당시 비대위원으로 임명돼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인 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당정을 향해 12월 27일 전까지 “쇄신하라”는 메시지를 다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하고 있는데, 바꿔 말하면 당정이 실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납득할 만한 제스처를 취할 경우 신당 창당 계획을 접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신당 행보를 2021년 말 대선 당시 이 전 대표의 연이은 ‘가출’과 겹쳐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을 뒤흔드는 것뿐이란 이야기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인선 문제 및 당대표 패싱 논란, 선대위 내 자신의 역할 부재 등을 지적하며 두 차례 잠행한 바 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그때마다 이른바 ‘울산 회동’ ‘의원총회 포옹’ 등으로 포용 노선을 취하며 이준석의 정치적 액션을 흡수해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끌어안는다면 이 전 대표의 신당 논의가 중단될 여지도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와의 화합이 ‘마이너스’만은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앞서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이 전 대표 본인이 국회에 입성을 해야 하는 건데 이 부분이 해결되고 당내 입지가 다시 선다면 신당 논의는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그가 지역 상황과 신당의 어려움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아직까지 실제 신당 창당과 관련한 실무 작업에는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천하람 위원장은 지난 11월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12월 27일이라는 기한을 설정하고 바로 탈당해서 창당하지 않는 이유에는 그런 점(당정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 같은 성격)도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는 “민심에 예민한 당 지도부를 만들고 혁신으로 당심이 민심을 움직이면 당을 어떻게 나가겠나. 이 전 대표도 영민한데 못 나간다”라고 분석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이 전 대표의 신당은 과거 검증돼 오던 모델이 아닌 만큼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는 있는데 여백이 많은 상황이다. 분명한 건 험지 출마 선언 등으로 일종의 서사를 만드는 과정에 있으며, 끊임없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화제성을 키우며 시대정신을 반영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당사에는 없던 모델이다. 파괴력의 범위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