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 대통령,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photo 뉴시스

민주당발 탄핵 정국이 여의도를 넘어 서초동까지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데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논의까지 언급했기 때문. 민주당은 이 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은 곧바로 번복했지만, 두 검사에 대한 탄핵은 오는 11월 30일 본회의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이후 두 번째 검사 탄핵 시도다. 그러나 공천갈등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야권에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방탄 탄핵’ 역풍 우려가 나오는 만큼, 안 검사 탄핵 때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탄압 주범으로 꼽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 중인 손준성 검사, 청탁금지법 등 법률 위반 의혹이 불거진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예정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기하면서 다음 본회의 개최 일정을 잡지 못하자 다음 날인 10일 철회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연이어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안 추진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가결되더라도 헌재서 100% 기각될 것”

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방탄 탄핵’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등의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본인을 대신 탄핵하라고 반발했다. 또 이정섭 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총괄하고 있어,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탄핵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을 포함해서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과 사법을 정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며, 정쟁에 끌어들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미 앞선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를 둘러싼 다양한 비위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탄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1월 10일 브리핑을 통해 검사 탄핵 재추진 방침을 알리며 “검찰총장이 나서서 이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유감”이라며 “불법행위가 있으면 검찰 내부를 감찰하든 수사를 하든 징계를 하든 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검사 비위 문제는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때부터 제기됐던 것”이라며 “총선을 앞둔 대여 공세라든가 이 대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방탄 탄핵’이라는 정치적 의미부여, 정쟁화는 오히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두 사람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야당의 주장과는 별개로, 법조계에서는 탄핵이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거야의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검사의 직무가 정지된다 하더라도, 내부 징계 요건일 뿐 탄핵 요건이 아닌 탓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 헌재에서 100% 기각될 것”이라며 “이정섭 검사가 골프장 특혜, 위장전입 등을 시인했지만 탄핵 사유는 아니다. 탄핵은 공무원을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의 헌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골프장 예약 같은 경우는 업무방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데, 내부 징계는 할 수 있어도 탄핵 요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탄핵의 본질은 정직이나 감봉이 아니라 파면에 있다”며 “수사나 재판을 통해 의혹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안을 발동해 버리면 사실상 헌재가 수사를 하라는 이야기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탄핵 재판은 최고 등급의 재판”이라며 “고위직으로서 신분을 보장받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사이즈의 공무원에 대한 비토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민주당이 일개 검사에 대해 간단하게 탄핵을 동원하면서 격이 떨어져버렸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수사 검사 탄핵은 방탄 탄핵”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사 탄핵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총장까지 나서 ‘보복 탄핵’을 언급한 상황에서, 거야의 권력을 남용해 탄핵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비명계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14일 MBC 라디오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달리)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 건은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꽤 있었다”며 “미우나 고우나 당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담당 검사를 탄핵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탄 탄핵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오는 11월 30일 본회의에서 검사 탄핵을 재추진하더라도, 지난 9월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며 민주당이 제출한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 있다.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총투표 인원 287명 가운데 찬성 180명, 반대 105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안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재석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110명인 데 반해 반대표가 105표에 그치면서 국민의힘에서 10표에 가까운 이탈표(찬성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의미를 부여한다면 검찰이 과하다는 것은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인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완벽하게 진영 논리에 빠졌다면 전부 다 반대를 눌렀어야 했다”며 “항간의 많은 수사들을 봤을 때 검찰이 선 넘는 거 아니냐, 과한 수사를 이뤄내고 있다는 생각에 (국민의힘에서) 10표 이상씩 이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라 이 대표와 민주당에서 ‘검찰독재’라는 비판을 쏟아냈던 시기다.

그러나 당시에는 안 검사에 대한 탄핵을 두고 지금처럼 ‘검찰에 대한 보복 탄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당시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 재조사 결과 발표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며 여권에서 ‘검사 30명 출마설’ 등 검사 대거 공천설이 떠돌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에는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탈표(검사 탄핵안 찬성표)가 나오면 지도부와 각을 세우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의심을 받고, 구설에 오를 수 있다. 우리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기명 투표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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