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꼬냑.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돼 있다./대통령기록관

찰스 3세 국왕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 연설집과 스코틀랜드산(産) 특별 한정판 위스키, 무궁화와 반려견 이름을 수놓은 최고급 캐시미어 등을 선물했다고 21일(현지 시각) 더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위스키 등 선물은 법적으로 ‘대통령 기록물’ 지위를 갖는다고 대통령기록관은 22일 밝혔다.

찰스 3세는 이날 런던 버킹엄 궁전에 윤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받은 처칠의 1951~1952년 연설문 모음집 ‘조류를 막으며(Stemming the Tide)’ 사본은 왕실 제본소에서 수제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평소 처칠을 존경하는 외국 정치인으로 꼽았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도 윤 대통령에게 자신이 쓴 처칠 평전 ‘처칠 팩터’를 지난해 선물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특별 한정판 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도 선물했다. 이 위스키는 찰스 3세가 2008년 스코틀랜드 서부 아일라섬의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서명한 통에서 나왔다. 찰스 3세의 로열 사이퍼(Royal cypher·국왕 이름 약자)와 윤 대통령 국빈 방문 날짜 등이 새겨진 맞춤형 크리스털 위스키 디캔터(술을 담는 용기)와 텀블러(밑바닥이 평평한 큰 잔) 세트도 줬다. 김건희 여사는 커밀라 왕비로부터 무궁화와 반려견 ‘토리’ 등의 이름이 새겨진 파시미나(최고급 캐시미어 종류)를 선물받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이런 선물을 대통령기록물로 관리·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록관은 “양국이 상호 교환하는 대통령 선물은 외교적‧문화적‧예술적 가치를 넘어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중요 기록물”이라고 했다. 기록관 지침엔 선물을 임기 종료 전까지 수시 또는 일괄 이관한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라프로익 위스키를 마실 수 있을까. 기록관은 “액체류와 식품류 같이 영구 보존할 수 없는 선물은 이관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위스키는 법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은 맞으나 섭취는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국빈 방한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코냑을 선물받았다. 이 코냑은 내용물까지 그대로 기록관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