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국민의힘이 내년 4·10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 정도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6곳 모두 여당 텃밭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한 지역구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총선 판세는 12월에 큰 틀이 결정되는데, 국민의힘이 혁신을 미적대다가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인물 대결’ ‘유권자 지형’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과거 전국 단위 선거 결과’ 등을 종합해 전망한 예측 결과가 담겼다고 한다. 판세는 ‘우세’ ‘경합 우세’ ‘경합’ ‘경합 열세’ ‘열세’ 5단계로 나뉘었는데, 서울에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을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합 우세’ 지역은 강동갑, 동작을, 마포갑 등이 포함됐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열세’와 ‘경합 열세’ 지역만 3분의2가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서울 판세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경합 우세 지역 등을 고려할 때 지난 총선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시절인 2020년 4·15 총선에서 참패할 당시 서울 49석 가운데 8석을 얻었다. 8석 중 강북 지역은 용산이 유일했고, 나머지 7곳이 강남 3구였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인사들과 총선기획단 위원들은 최근 해당 보고서를 열람했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당내에선 쉬쉬하며 외부 유출 가능성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한 당내 인사는 “서울 우세 지역이 6곳밖에 안 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일부 고위 인사들이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았다.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을 보고 지난 총선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위성 정당 포함)은 총선 직전까지 ‘과반 1당’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있었지만, 결과는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과거 충청도 기반 지역 정당인 자유민주연합과 같은 ‘영남 자민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금 분위기에서는 공천을 받아도 본선에서 떨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이번에 출마하는 게 맞는지 심각한 회의가 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도 엑스포 유치 실패 여파로 지역 여론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한 부산 정치권 인사는 “부산 18석 중 5석을 민주당에 내줬던 2016년 4·13 총선 때 못지않게 여론이 안 좋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100일 안팎 남겨둔 전년도 12월과 그해 1월에 어떤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느냐가 총선 승리를 결정 짓는 핵심 분기점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2020년 1월 이해찬 당시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과 종로 출마를 제안하면서 ‘이해찬·이낙연 투톱 체제’로 4·15 총선을 치렀고, 결과는 180석 압승이었다. 2012년 4·11 총선 때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전년도 12월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원톱 체제를 갖추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대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며 “삐걱대는 지도 체제부터 확실히 재정비하고 총선까지 남은 4개월의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현재 당내 주류 인사들은 ‘민주당이 어떤 패를 갖고 있는지를 보고 그에 맞춰 움직여도 늦지 않다’며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는데,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와 여당 지지도가 3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혁신의 타이밍을 본다는 건 한가한 이야기”라고 했다.